▲ 조계종

"시민들이 바라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이루려면 노동문제를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치닫는 비정규직 양산과 정리해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종호스님<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조계종 노동위원회 발족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노동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지난달 노동위원회를 발족했다.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된 종호스님은 조계종 영산정사 주지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집행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노동위에는 법광스님(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원명스님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사무총장)·혜조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대표)·유덕상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권승복 전국공무원노조 지도위원·임두혁 미디어충청 대표·유승무 중앙승가대 불교사회과학연구소장·백신옥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 등이 함께하고 있다.

노동위는 지난달 29일 '노동자와 함께하는 시민초청 무차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이달 17일부터 대한문 분향소에서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바라는 10만배를 시작했다. 10만배는 매일 1천배씩 100일간 계속된다.

종호스님은 "쌍용차 노동자들과 가족 등 22명이 죽음의 행렬을 이어 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쌍용차 사태는 우리나라 노동문제가 집약된 현안으로 사회의 갈등과 상처가 응축돼 있어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민들이 원하는 복지사회도 요원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신교와 가톨릭은 일찍이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그에 비하면 조계종의 노동위 설치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스님 도박파문을 잠재우려는 행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종호스님은 "불교가 사회적 갈등과 아픔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시민들과 신도들이 바보가 아닌 만큼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진정성 있는 활동을 벌이겠다"고 답했다.

종호스님은 시민들의 각성도 주문했다. 그는 "자본의 탐욕은 무한하며 끝이 없다"며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과 탄압을 자양분으로 삼았던 왜곡된 성장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스스로 노동자임을 인식하고 노동의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잘 살기보다는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라며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단초는 노동문제 해결"이라고 밝혔다.

노동위는 이달 말부터 장기투쟁사업장 순회에 들어간다. 다음달에는 노동문제의 불교적 해법 창출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11월에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가족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연다. 노동현안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고, 노동관련법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도 펼칠 예정이다.

종호스님은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만큼 시행착오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노동위가 이름만 내걸고 꼼수를 부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자들 옆에서 호흡하고 부딪치면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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