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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작업장의 인정기준은?김혜선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김혜선
공인노무사
(금속노조 법률원)

금속노조 사업장을 방문해 보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소리 속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보게 된다. 현장에 있다 보면 얼마 있지 않아도 귀가 멍멍해지고 앞이나 옆에서 이야기하는 동료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회사에서 귀마개 등의 청력보호구를 지급해야 하지만, 이를 착용할 경우 동료와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작업에 불편이 있어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에게 소음감소를 위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이런 작업장에서 장기간 근무를 한 노동자에게 청력 이상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작업장 소음으로 인해 청력 이상(난청 등)이 생긴 노동자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소음성 난청을 장해급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대의학으로 소음성 난청은 유효한 치료방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재해자가 귀 치료를 위해 이비인후과에 통원했다 해도 산재보험법상 요양보상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난청에 대한 보상은 상병의 증상이 고정된 후 지급되는 장해급여와 장해등급 판정을 위한 특진비에 한해 인정이 된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소음작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건강검진을 통해 소음성 난청으로 진단을 받아도 동일업무에 계속 종사하는 한, 즉 소음작업장에 계속 근무하는 한 장해급여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소음성 난청이 있는 노동자가 소음작업장에서 계속 근무를 한다면 그 증상이 점점 악화될 것이므로 증상이 고정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소음작업장을 떠난 시점부터 장해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근로복지공단의 방침에 따라 20년 넘게 한 타이어공장에서 근무를 하면서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을 받은 노동자가 퇴사(2010년 퇴사) 이후 ‘소음성 난청’에 대한 장해급여를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자가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을 충족하는 상태’임은 인정을 했으나 2006년 작업환경측정시 재해자가 근무한 부서의 소음이 85데시벨(dB) 이하로 확인돼 소음작업장을 벗어났으므로 장해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시점은 2006년부터이고, 따라서 장해급여청구를 할 수 있는 3년이라는 시간이 도과(2010년 퇴사 후 신청)했으므로 장해급여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불승인 통지를 했다. 확인해 보니 재해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에 많은 퇴사자들이 위와 같은 근로복지공단의 입장으로 인해 장해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은 우리 법원의 판단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위법·부당하다. 법원은 “소음성 난청은 소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이외에는 달리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고 소음작업장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장해가 고정되므로 그로 인한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도 소음작업장을 벗어난 때로부터 진행된다”며 “그러나 소음작업장을 벗어난 때란 일률적으로 85dB 미만 소음작업장으로 전환배치가 되거나 85dB 이상 작업장을 떠났을 때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근로자가 근무하는 작업환경 및 청력손실 진행 여부를 고려해 실질적으로 비소음부서로 전환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비소음부서로 전환됐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위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은 기존 법원 판단과 동일하게 ‘소음작업장에서 벗어난 때’와 관련해 "85dB 미만의 소음측정 결과가 나온 것만으로 일률적으로 비소음부서로 전환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재해자에게 장해급여청구권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항소를 했고 얼마 전 2심 법원에서도 동일한 판단으로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처분이 부당함을 인정했다. 이 사건 소송을 진행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은 2심에서도 1심과 동일한 판단이 나온다면 근로복지공단의 판단기준을 법원의 판단기준에 따라 변경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소음성 난청의 질병을 가진 노동자들이 법원과 상이한 근로복지공단의 획일적인 판단기준에 미치지 못해 장해급여를 받지 못하고 지난한 법정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재판결과는 나왔다. 근로복지공단이 하루빨리 법원의 판단에 따라 공단 내부운영지침을 수정해 더 이상 불필요한 법적분쟁 없이 십수년간 소음작업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소음작업장을 벗어난 후에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혜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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