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산층을 잡아야 하는데,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중산층 해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체계화된 신용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은행들의 자금이 중소기업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한 중소기업의 금융소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은행들의 담보대출 관행을 신용대출로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의 경제민주화 왜 필요한가(신용정보 인프라 구축과 금융공공성)’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통합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주 의원과 금융노조·금융경제연구소가 공동주최했다.

◇“은행들, 땅 짚고 헤엄치는 관행 고쳐야”=‘중소기업금융과 경제민주화’를 발제한 조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이 자금경색에 빠지는 일차적인 원인으로 은행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대출관행을 꼽았다.

조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특히 중소기업에 있어 소위 ‘안전빵’이라고 할 수 있는 담보대출로 일관하는 경우가 잦다”며 “부동산 등 담보력이 약한 우수 중소기업은 사장되고, 중소기업 내부에서도 자금에 대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0년까지 담보 및 보증부 대출이 중소기업의 전체 외부차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나 된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2005년 중소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와 신용정보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기업데이터(KED)를 설립했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자체 보유한 기업신용정보를 영업비밀로 간주하는 탓에 중소기업 신용정보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2월 ‘중소기업 신용정보 인프라 확충방안’을 발표하고 "KED 민영화를 통해 극복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연구위원은 “KED 민영화 자체가 개별은행의 정보공유 기피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는 KED에 기본적인 기업정보를 수집·가공할 수 있는 제도적인 권한을 부여해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이 다양한 형태로 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정보 등급·수치화로 부담 줄여야”=박영규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부)는 ‘중소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 인프라 확충 방안’ 발제를 통해 “신용정보 인프라를 확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용대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KCB(코리아크레딧뷰로주식회사)의 경우를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KCB가 개인 신용정보 수집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것은 여러 금융기관이 출자한 상황에서 지분율이 균등하게 나뉘어 있기 때문"이라며 "KED도 주주 참여 금융기관을 늘리고 기관별 지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본데이터를 내놓기를 꺼리는 금융기관의 경우 자료를 등급·수치화하는 작업을 통해 자료제공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박 교수는 △KED를 통한 중소기업 및 공공부문 신용정보의 집중화 △중소기업에 특화된 신용평가모형 및 프로세스 구축 △정부 및 지자체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신용등급 사용 의무화를 포함한 정부 차원의 신용정보 이용 확대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해선 금융위원회 중소서민금융담당정책관은 “그간 은행의 면책요건이 추상적이고 기준도 달라 창업·중소기업의 대출을 막는 요인이었다”며 “면책제도가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고의·중과실이 없을 경우 면책받을 수 있는 21개의 구체적인 요건을 마련한 상태”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책관은 “매출액 등 주요 경영지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4대 보험료 납부실적과 공공요금·세금 납부실적 등 대체변수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4대 보험기관·국세청 등 관련기관들과 협의해 필요시 관련법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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