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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 “노조파괴 전략 이젠 안 통한다, 금속노조 살아 있다는 것 보여주겠다”
▲ 금속노동자 ilabor.org

“이런 국가도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까.”

박상철(52·사진) 금속노조 위원장은 집회에서 연설을 할 때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다. 정리해고 이후 22명의 노동자가 주검이 됐는데도 책임자를 가리지 못하는 나라, 사용자가 ‘용역경비’라는 사병을 돈을 주고 사서 노동자를 때리고 짓밟아 자신이 일하던 일터에서 쫓아내는 국가. 이런 국가도 국가라고 불러야 하는지 박 위원장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가 우리나라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수장이 된 지 1년이 다돼 간다. 그동안 금속노조는 5차례 총파업 벌여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합의는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년에 완성차부터 밤샘노동이 사라진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정동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박 위원장을 만났다.

- 다음달이면 7기 지도부가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그간의 소회가 궁금하다.

"지난해 10월1일 임기를 시작했다. 위원장 후보 시절에 현장을 순회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문제는 금속노조에 대한 신뢰가 많이 깨져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15만 깡통노조’, ‘4만 금속노조보다 못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위원장이 되면서 신뢰회복부터 시작하자고 결심했다."

-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불신하는 이유는 무엇이었나.


"15만 거대 금속노조가 됐지만 총파업조차 못하는 것에 대한 불신이 컸다. 금속노조를 지탱해 왔던 중견사업장들이 직장폐쇄와 용역깡패 투입, 복수노조 설립으로 이어지는 노조 파괴전략에 줄줄이 깨져 나갔다. 올해 금속노조는 15만이 함께하는 총파업을 처음으로 성사시켰다. 총파업 이후 조합원 신뢰가 다소 회복된 것이 느껴진다."

- 올해 역대 최대규모의 산별총파업이 성사됐다. 이번 총파업이 갖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그동안 부품사가 아주 어렵게 싸웠다. 완성차가 안 싸우니까.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처음부터 같이 논의했다. 현대·기아·한국지엠 그리고 만도에서 '기업지부가 중심이 돼서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올해 완성차지부의 파업출정식도 달랐다. 금속노조 위원장과 완성차 3사 지부장이 동시에 파업출정식에 참여한 것은 그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현대자동차지부 파업출정식에 들어서니 조합원들 속에서 박수가 터지더라. 완성차와 금속노조가 함께 싸운다는 데 대한 기대가 컸던 것 같다."


"5차 총파업, 밤샘노동 없애고 조합원 신뢰회복 하는 계기

현대차 주간연속 2교대 내년 3월 시행 후 노사협의 … 노동강도 강화 단정 일러

불법파견 인정하고 먼저 정규직 대상·규모 밝혀야, 시기는 단계적 논의 가능"


-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어떤 방안을 갖고 있나.


"현대차 비정규직 3개 지회가 얼마 전 통합대의원대회를 열어 이후 투쟁을 결의했다. 현대차지부장과 전직 지부장, 비정규직 3지회 대표들이 만나 ‘(정규직-비정규직) 분리해서 싸우면 안 된다. 정규직과 함께 싸워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지금까지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불법파견 특별교섭에 참가했는데, 앞으로는 위원장이 직접 챙길 것이다.

특별교섭은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신규채용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대차가 3천명 신규채용안을 들고 나왔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인지 궁금하다. 특별교섭에서는 대상과 규모를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사측은 (3천명에 대해) 불법파견 소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우리가 보는 것과 격차가 매우 크다. 대상과 규모를 명확히 한다면 시기는 단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 노동시간단축과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은 7기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다. 올해 노사합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주간연속 2교대제는 단순히 교대제를 바꾸는 게 아니다.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노동자는 일을 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8시간 자고, 8시간 일하고 8시간 쉬어야 한다. 심야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파괴하는 것이고 인간다운 삶을 빼앗는 것이다.

한 번에 제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전보다 라인속도가 빨라지고 휴게시간이 줄어든 것에 아쉬운 점이 있지만 내년 3월 시행 후 현대차 노사가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지금 단정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조정하며 보완해야 한다.

부품사 교대제 개편은 월급제 시행이나 설비투자·공정개선 등 할 일이 많다. 현대·기아차지부에 부품사에서도 주간연속 2교대가 시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 만도와 SJM 직장폐쇄 및 용역경비 폭행사태로 사용자의 노조파괴 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2010년 노조법 개정 이후 직장폐쇄·용역투입, 복수노조 설립과 금속노조 탈퇴 같은 노조파괴 프로그램이 사업장 곳곳에서 복제돼 가동 중이다.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당시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노조법 개정 설명회 때 노동부 고위관료가 ‘사측의 권한을 높이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은 적 있다. 최근 사태를 보면 ‘모호크밸리 포뮬러’로 불리는 미국의 노조파괴 공식이 우리나라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공식이 먹혔다. 그래서 자신감을 갖고 SJM과 만도에서 같은날 동시에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을 진행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다. SJM에서 이런 공식이 더 이상 안 통한다는 보여 줄 것이다. 바로 옆에 금속노조가 있으니 SJM 조합원들은 흔들림이 없다. 표정도 밝다. 금속노조가 더 좋다는 것을, 산별노조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 법과 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조합원들의 실리주의 경향도 극복할 과제인 것 같다.

"어용노조는 노조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회사와의 관계는 어떠한가를 보면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만도의 경우 조합원이 위축돼 있는 데다, 금속노조 만도지부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틈을 파고들어 어용노조를 만든 것이다. 금속노조가 더 낫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자본은 유사한 일들을 끊임없이 획책할 것이다.

완성차 지부장들과 얘기하면서도 '남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다. 어느 때보다 조합원 교육이 필요하다. 미리미리 교육해서 복수노조가 만들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야 한다. 복수노조가 생겼을 때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 실례를 들어가며 조합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정파 간 갈등은 운동하는 사람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자기운동에 제대로 복무해야 할 때다. 나를 포함해 모두가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중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파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정하고 성찰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

- 20일 쌍용차 청문회가 열린다. 청문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쌍용차 문제는 일개 기업의 정리해고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의 무책임·방기로 인한 사회정치적 문제다. 해고가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복직을 현실화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회사는 약속을 지키면 된다. 2009년 8·6 합의를 회사가 안 지키고 있으니 명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쌍용차는 해고가 살인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무분별한 해고를 막아야 한다. 해고를 안 해도 되는 기업이 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정리해고법제를 바꿔야 한다. 금속노조는 단 하나의 사업장도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것이다."

-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7월 통합진보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진보정당운동은 실패했다. 민주노총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특별위원회(새정치특위)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선이 급한 게 아니라 평가와 전망을 제대로 내놓는 게 중요하다. 광범위하면서도 조밀하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우선이다.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오는 26일 열린다. 금속노조도 그때까지 의견을 모아 나갈 것이다."

- 금속노조의 하반기 계획은.

"내년에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로 큰판을 벌일 생각이다. 현대차의 경우 임금인상이 되면 과장급 이상인 비조합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런데 같은 현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다. 똑같이 단협을 적용받도록 한다면 회사가 굳이 비정규직을 쓸 이유가 없다.

금속노조는 하반기에 복수노조 대응방안을 제대로 갖추고,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를 사회의제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금속노조가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생각이다."

모호크밸리 법칙(Mohawk valley Formula)

1930년대 미국 레밍튼랜드사 파업 당시 사장 제임스 랜드 주니어와 노조파괴 전문가 펄 루이스 버고프에 의해 쓰여진 '노조파괴' 전략. 노조 지도자들을 불신임하게 만들고 폭력으로 조합원을 위협하며 대체인력을 투입하거나 직장폐쇄를 통해 파업과 노조를 무력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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