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윤자은 기자

KT와 고용노동부, 노동계 사이에 진실공방을 불러일으켰던 KT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2003년부터 인력 퇴출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했다는 KT 본사 직원이 12일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날 양심선언을 한 박찬성(44·사진)씨를 <매일노동뉴스>가 만났다.

- 인력 퇴출과 관련해 어떤 업무를 했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기획조정실 인력기획을 담당하면서 주로 인건비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인건비를 매출액 대비 19%대로 유지하는 ‘중기 인적자원 관리계획’을 수립하라는 지시에 따라 전담반을 구성해 작업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인재경영실에서 퇴출 인력규모를 산정하는 일을 했다. 2007년까지 1천470명을 퇴출시켜야 적정인력인 3만6천600명을 유지하고 명예퇴직 거부자와 D고과자·진보 성향의 노조활동을 하는 직원 등을 부진인력으로 분류해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획안을 작성했다.”

- 문건을 공개하게 된 계기는.

“과거 직접 기획했던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 관련기사에서 ‘KT 본사 차원의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 관리는 없었고 지역단위의 일부 시행이었다’는 KT의 주장을 접했다. 비록 지시에 의해서였지만 내가 작성한 보고서에 기초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던 사실에 대해 속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현장에서 부진인력으로 분류되면 아직도 해당인력을 관리·감시하고 소외시키는 인사관리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시행되고 있다. 더는 지속돼서는 안 된다. 반인륜적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국회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중기 인적자원 관리계획에 따라 조직적으로 부진인력 관리가 이뤄지고 이에 피해를 받은 많은 분들에게 사죄드린다.”

- 전담반은 어떻게 구성됐나. 중기 인적자원 관리계획은 그대로 시행됐는지.

“전담반은 부장 1인, 3급 1인, 4급 2인, 5급 1인 등 5명으로 구성됐다. 2004년 당시 나는 기획조정실 인력기획부 4급 과장이었다. 중기 인적자원 관리계획은 2004년 9월 인재경영실장의 총괄하에 작성됐다.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당시 관리계획에 담겼던 IT부문과 AS부문 분사 등이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시행됐다.”

-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은 KT가 자체적으로 구상한 것인가.

“그렇다. 98년 경영합리화 계획에서 매출액이 떨어지니 인력을 조정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 KT가 과거 실행했던 분사나 내부 창업을 통해 사람을 내보내는 방식 등 사례를 모으고, 다른 기업의 사례도 벤치마킹해 집대성한 것이다.”

- 현재까지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고 보나.

“회사가 지금도 직원을 관리·감시하고 있다는 부당노동행위 관련 녹취록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4월에 이뤄진 대화다. 곧 공개할 예정이다. 퇴출대상자 중 퇴출당했다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김옥희씨와 원병희씨도 각각 2010년과 2011년에 해고됐다. 2006년 4월부터 퇴출 프로그램이 실행돼 현 이석채 회장까지 이어진 것이다.”

- 퇴출 프로그램 위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나.

"회사측의 감시·관리행위 자체가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법률적 검토도 했다. 때문에 관련 담당자만 아는 극비사항으로 추진됐다. 지역본부에는 본사 직원이 직접 찾아가 목표인력을 보여 주고 지역본부별 부진인력을 선별해 본사에서 전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본사 차원의 지시 없이 각 지역본부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 KT의 노무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본사 노사협력팀은 30~40명 정도다. 각 지역본부에 1~2명씩 전국에 배치돼 있다. 이들은 노동조합 선거와 관련한 여론을 조성하거나 관리자교육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노사협력팀은 현재도 활발히 전국의 모든 조직을 관리하고 있다.”

- 지난달 30일 KT에서 해고됐는데.

“KT가 말레이시아에서 1조4천억원 규모의 철도통신산업 수주를 추진했다. 그런데 낙하산 인사인 김홍진 KT 부사장이 이 사업을 개인적 친분이 있는 친구 회사를 통해 사업을 가로채려 했다. KT가 사업의 개발사로서 이익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상황에서 타사가 이익을 얻도록 도와준 행위다. 명백한 해사행위다. 이 사실을 본사 윤리실(감사실)에 고발했다. 그런데 회사는 도리어 나를 업무지시 불이행 및 회사이미지 훼손으로 해고했다. 조만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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