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인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을 본사에서 기획하고 실행한 사실이 양심선언을 통해 폭로됐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KT노동인권센터는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지사에서 임의적으로 작성됐지만 시행은 되지 않았다는 사측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KT는 인력 퇴출프로그램 실행사실을 인정하고 부당해고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심선언을 한 박찬성씨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KT 기획조정실 인력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박씨가 공개한 ‘중기 인적자원 관리계획’에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 19%를 유지하기 위해 2007년까지 1천470명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퇴출대상은 명예퇴직 거부자·D고과자·해사행위자(민주동지회) 등으로 이들을 부진인력으로 분류해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부진인력 중 면담 및 퇴직 거부자는 징계·체임(타 본부로 이전발령)·직위 미부여 등을 통해 반드시 퇴출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문건은 2004년 9월 작성됐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세 차례 특별근로감독을 벌였다. 노동부는 최근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이 일부 운영된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퇴직근로자 대부분이 명예퇴직금을 수령하고 퇴직하거나 계열사로 전적했고,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감독을 중단했다.<본지 9월6일자 2면 참조>

KT 관계자는 “중기 인적자원 관리계획은 상시적으로 회사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보편적인 계획일 뿐 본사에서 퇴출프로그램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노동부의 감독 결과 본사가 작성한 퇴출 계획이 확인된 것이 없고 노동부에서도 퇴직에 강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은수미 의원은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재실시를 요구했다. 본사·지사·계열사·자회사 전수조사를 통해 인력 퇴출프로그램 실행으로 인한 부당노동행위와 자살자와의 인과관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 의원은 “KT가 징계·체임·지위 미부여·전환배치 등을 통해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학대해 왔음이 밝혀졌다”며 “고용과 관련한 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 관련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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