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섭 변호사
(법무법인 퍼스트)

청소용역업체인 동광개발 주식회사에 고용돼 광주광역시 도시철도공사 지하철 역사 내에서 청소업무를 수행하던 광주지하철청소용역노조 조합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지난해 12월6일 광주지방법원에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휴일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함에도 회사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당을 지급해으므로 그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회사와 (광주지하철청소용역노조와 복수노조 관계에 있는) 전국비정규직여성노조 사이의 단체협약 부속합의서는 ‘주 40시간 외 발생되는 월 1일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며, 인상 시 반영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회사는 이를 근거로 회사는 조합원들과 휴일·야간근로를 하는 것을 전제로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 정액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소위 포괄임금제 방식에 의한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조합원들에게 별도로 수당을 더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회사와 조합원들 사이에 포괄임금제 약정이 체결된 것도 아니고, 설사 포괄임금제 약정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조합원들의 청구를 모두 인정했다.

조합원들이 위와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포괄임금제의 성립여부와 그 유효성에 대해 확립된 대법원 판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포괄임금제의 성립 여부와 관련해 “단체협약 등에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에도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명백히 나누어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57852 판결 등)

이 사건의 경우 근로계약서에 근로시간이 1일 8시간, 주 40시간으로 명시돼 있었다. 취업규칙도 시간외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에 관해 별도로 정하고 있었다. 회사가 작성한 급여명세서에도 기본급과 수당이 명확히 구분돼 있는 등의 사정이 있었으므로 1심 법원은 회사와 조합원들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포괄임금제의 유효성과 관련해 대법원은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등).

1심 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친절하게도 “만약 회사와 조합원들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다 하더라도 조합원들의 지하철 청소업무가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에 대한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 부분은 무효라는 가정적 판단까지 해 줬다.

포괄임금제의 성립 및 그 유효성에 관해 우리 대법원은 다음의 경우에 한해 아주 예외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근로형태나 업무의 성격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되는 경우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근로계약서나 단체협약·취업규칙·급여규정 등에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의 세부항목이 없는 경우 등이다.

이번에 원고들이 제기한 임금지급 청구소송의 1심 법원도 이와 같이 확고하게 성립된 대법원 판례를 다시 확인해 준 것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우리 노동자나 조합원들은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지급기준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면, 설령 그것이 근로계약서나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소송제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미지급 임금을 지급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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