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이택금(53) 이사대우는 30년전 스튜어디스로 처음 여객기에 탑승할 때 대기업 임원이 될 줄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여성이 제복을 입고 해외로 나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선택된 인간'인 것으로 여겼고, 선배들처럼 결혼과 함께 자리를 물려주는 것으로 알았다.

이달초 승진한 이씨는 지금 남자들을 포함한 승무원 3,083명의 배치에서근무평가까지 관리책임을 맡고 있다.

채용이나 승진에서 여성이 소외되던 우리 기업의 풍토가 바뀌고 있다. 보수적인 금융계에서마저 고위직 여성들의 진출은 눈부시다. 많은 기업들이 우수인력을 놓칠까봐 신입사원 선발 때 남녀차별적 요소들을 제거하기시작했다.

올해 들어 전자업계에선 LG전자 김 진 부장이 디자인실장(상무급)으로승진, 최초의 여성임원이 됐다. 삼성증권 법무실 이정숙(37) 변호사도 상무로 기용됐다.

남성들의 벽이 두터운 금융계에서도 지난해 서울은행 김명옥(45) 이사와산업은행 서송자(53) 전산담당 본부장이 여성임원의 대열에 올랐다.

대구은행의 경우 지방은행 가운데 최초로 1997년 지점장을 탄생시킨 이후 과장급 여성이 24%로 늘었다. 최근에는 신규채용에서 성별로 별도의 채용인원을 배정하는 여성쿼터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채용에 비해 해고과정에서는 여전히 눈물을 삼키는 여성들이 많다. 물론 예외는 있다. 서울 구로동 유란실업은 지난해 70명 중 30명을 해고하면서 '같은 조건이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한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나정국(52) 사장은 "사원의 절반을 내보내면서 잡음이 거의 없었던것은 이 같은 원칙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의 P피혁회사는 다르다. 굳이 남자일 이유가 없는 총무사원을 선발하면서 채용안내문에는 남자사원으로 못박았으며 99년 구조조정 때는 해고인원의 70%가 주부사원이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서류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관행적 차별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후안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직장에서 간부로 승진하는 것을 은밀히 방해하는 '유리천장(Glass ceiling)' ▦남녀의직종과 업무를 교묘히 분리해 여성이 하층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풀칠된 바닥(Sticky floor)'을 직장에서 여성의 발전을 가로막는 2가지 관행적 요소로 들고 "의미있는 변화의 물결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게 보냈다.

한국노총 정영숙 여성국장은 "채용 승진 해고 등 고용의 모든 과정에서여성차별을 막기 위해 관련자료를 개인에게 공개토록 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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