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전국민주택시노조
연맹 정책국장

올해 6월 택시 25만대가 운행을 중단하고 7만명의 택시노동자들이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하자 정부는 7월에 '택시 운송비용 운전자 부담금지'를 법률에 명시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안은 1차 위반시 과태료 1천만원, 1년 이내 3회 위반시 감차명령으로 처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운송비 부담금지는 택시노동자들의 숙원이다. 지난 17·18대 국회에 의원입법으로 발의됐으나 사업주와 정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정부가 나서 입법예고한 만큼 반드시 통과시켜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택시노동자에게 연료비 등 각종 운송비를 전가시켰던 전근대적 노동착취 관행이 근절될 것이다. 월 1인당 40만∼50만원의 운송비 부담을 철폐해 생활임금과 고용안정 개선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또 시민의 생명을 위협해 사고와 범죄의 온상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던 도급택시를 근절해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사업주의 거부와 정부의 묵인 속에 표류하고 있는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의 핵심적 미비사항을 개선해 서울시를 필두로 지방자치단체가 전액관리제를 시행할 수 있는 조건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택시회사의 경우 운송수입금과 운송비용 및 세금을 투명하게 관리해 경영투명성이 강화되고, 노동시장이 활성화돼 가동률이 늘어나는 등 경영을 개선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켜 시민의 편익과 택시산업의 구조개혁, 택시노동자 생활안정에 주력하는 정책방향과 지원방향을 제대로 잡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현재 택시는 연간 40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으로 시민과 운전자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교통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연료비를 전액 부담시키는 불법 도급택시가 성행해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연간 법인택시 2대당 1대꼴로 발생하는 교통사고율은 사업용 자동차 중 가장 높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 6일 발표한 사고현황에 따르면 사업용자동차 사고의 41.5%였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가 8명으로 1.1명인 전체 차종의 8배나 됐다. 무너진 택시의 공공성을 보여 주는 부끄러운 수치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1시간 30분이나 되고, 월 평균임금이 130만원을 넘지 못하는 택시노동자들은 설상가상으로 택시운행에 소요되는 LPG 비용의 전액 또는 일부(서울 25리터, 부산 30리터만 회사 제공)를 부담하고 있다.

또 차량수리비·사고처리비·세차비·신차구입비·호출비·벌과금·카드수수료 등에 이르는 운송비 부담액이 월 1인당 40만~50만원에 달해 피해가 극심하다. 열악한 노동조건은 '인력수급 악화→가동률 저하→경영악화→도급택시 및 탈세 등 불법경영 만연→서비스 악화→승객감소' 의 악순환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번 국토해양부의 운송비 부담금지 입법 추진은 악순환 고리를 끊고, 택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올해 7월 서울시가 전액관리제 정착 등 택시개혁 의지를 담은 '서울시 택시기본조례'를 제정한 것처럼 정부도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해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택시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전근대적이고 불합리한 노동착취 관행을 근절시켜야 한다.

정부는 택시사업주의 반대로비에 휘둘려 택시개혁이 좌초되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번 입법을 계기로 정부가 소신 있게 택시개혁의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되기를 바란다.

민주택시연맹은 대중교통 인정·생활임금 쟁취를 향한 택시노동자들의 숙원을 실현하고자 투쟁에 나설 것이다. 택시노동자 서명운동·대국민 선전전·대국회 정책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대선 시기 택시대투쟁을 성사시켜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법제화하고 택시노동자의 운송비 부담을 반드시 철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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