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내년 3월부터 ‘8시간+9시간’ 근무형태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금속산별 노사도 올해 산별교섭에서 2014년 3월 1차 협력업체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완성차에 이어 부품사까지 주간연속 2교대 시행시기가 확정되면서 심야노동 없는 공장 시대로 성큼 다가선 것이다.

그러나 주간연속 2교대 시행까지 여러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 여부, 시행방안에 대한 논란, 노동강도 강화 우려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빼곡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50여년 간 장시간 노동에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 온 노동자들의 삶은 앞으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심야노동 철폐, 삶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도화선”

김지희
금속노조 대변인

현대자동차 노사의 주간연속 2교대제 합의로 45년 만에 심야노동을 철폐하게 됐다.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노동 철폐가 그저 노동자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 사회의제임을 명확히 하고, 파괴된 삶을 돌아보고 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꿔 나가는 새로운 출발이 됐다.

그런데 재계는 벌써부터 하반기 경제가 빨간불이니, 앞으로 손해가 커진다느니 호들갑을 떨고 있다. 죽어라 일한 노동자에게 또 다시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중단해야 한다. 자본의 막대한 이윤은 그동안 노동자의 건강권도, 인권도 무시된 장시간 노동 속에서 창출돼 왔다. 심야노동 철폐는 삶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출발이 될 것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가 현실이 되려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많다. 주간연속 2교대가 노동강도 강화 없이 실현되도록, 심야노동 철폐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투쟁이 남아 있다.

“미흡한 부분 지속적 보완·개선하겠다”

권오일
금속노조 현대자
동차지부 대협실장

현대차가 내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하게 된다. 야간노동과 장시간노동이 근절될 것이다. 45년간 지속해 온 근무형태가 바뀌는 것은 큰 성과다. 또한 우리나라 전 제조업체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크다.

조합원 생활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사실 지난 10년간 주간연속 2교대제가 논의돼 왔지만 누구도 결단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노사가 결단할 수 있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을 있을 것이다. 조합원들은 교대제가 바뀌면 출·퇴근 시간도 확연하게 바뀌니까 걱정하기도 하고 불안해 한다.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된 것 같다. 그러나 기아차가 올 초 2주간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범 실시한 결과 조합원들은 “당장 시행하자”며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도 내년 1월 시범 실시에 들어가면 현실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미흡한 부분은 내년 단체교섭에서 채우면 된다. 3월부터 본시행이 되고 4월 단체교섭을 시작한다. 단체교섭에서 제도 정착을 위해 많은 부분 보완·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지부는 후속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동호회 참여 확대 등 변화되는 모습, 관련된 사업장과 지역 등과 협조할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 주 울산과 경주 부품사들과의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함께 고민할 것이다.


“완성차 교대제 개편비용 부품사로 전가하지 말아야”

전종덕
금속노련 정책국장

현대자동차 노사는 내년 3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키로 합의했다. 내부에 몇 가지 풀어 할 문제가 남아 있지만, 장시간노동 해소와 밤샘노동 철폐라는 사회적 과제를, 노사합의를 통해 물꼬를 텄다는데 대해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현대차의 이번 합의는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대차의 합의내용을 기준으로 기아차도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에 합의할 것이고, 1차 직서열 하청업체도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시간 노동과 밤샘 근무로 인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노동자들에게 인간존엄성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현대차 노사는 1만명이 넘는 비정규직·불법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문제를 끝맺지 못했다. 또 부품사와 협력사들은 납품단가 인하가 뒤따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부품사 노사는 인력충원도 설비투자도 어려운 현실이다. 실제로 한 부품사노조 위원장은 “잔업과 휴일근무를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어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노사가 단협에 3조3교대 근무를 합의하고 실제로는 12시간 맞교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근무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내지 두 번 쉬는 게 전부”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용창출·사내하청 해결, 의제서 빠져 미완”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

현대자동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 합의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체로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조금 더 넓게 보면 회사측의 요구가 모두 관철됐다.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생산량을 늘리고, 생산성을 유지하는 생산 효율화 방식으로 갔기 때문이다. 밀도 있는 작업을 시킬 수 있게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달성할 것이다.

물론 생산 효율화를 통해 심야근무를 줄이는 방식을 통해 노사 간 서로의 이해가 어느 정도 관철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합의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효과를 내려면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되는 게 아니라 고용을 창출하거나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할 수 있는 여력으로 쓰일 수 있게 협상과정에서 이런 의제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했다. 회사측이야 신규고용은 비용이다. 그러나 교대제 개편을 통해 고용창출과 사내하청 문제 해결 여지가 생겼는데 사회적 효과를 극대화할 방법을 챙기지 못했다. 생상성 향상으로 근로시간 단축 효과를 흡수했기 때문에 추가 고용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전히 휴일특근 문제는 남아 있다. 현재 생산량 확보 목표를 90% 이상 관철했는데도 노동자는 특근을 통해 임금을 더 받으려 할 것이고, 회사는 생산을 추가로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여기에 부품사들이 차질 없이 주간연속 2교대제로 갈 수 있을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의 사회적 의미를 확장할 수 있게 정부가 고민을 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 통한 근로시간 단축은 긍정적"

김동욱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무엇보다 오랫동안 논의했음에도 해법 마련과 합의 도출이 어려웠던 과제를 노사가 합의를 통해 일단락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심했고 파업까지 이어졌다. 합의안을 도출한 만큼 충실한 이행을 통해 제도가 안착화하기를 기대한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의 핵심은 생산량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다. 국내 현대차 공장은 해외 유명 자동차회사는 물론 중국인도 등 현대차 해외공장보다 생산성이 낮았다. 현대차 노사가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은 향상시켜 기존의 생산량을 보존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인 방안이다. 일단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신규 채용은 그 다음의 문제다. 자동차가 잘 팔리고 생산물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고용은 늘어날 수 있다. 지금은 고용증가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힘써야 할 때다.

현대차의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이 당장 다른 완성차 업계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급히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자동차 업황이 최근 들어 조금씩 악화하고 있고 개별 기업별로 사정이 어려운 곳도 있어 당장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는 어렵다. 또 현대차가 내년 3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다른 업체들은 그 과정을 지켜보고 평가한 후에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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