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쌍용자동차와 SJM 용역폭력 사태에 대한 청문회에 합의했다. 이달 20일과 24일에 열리는 청문회에서 진실이 얼마나 밝혀질지는 알 수 없지만, 청문회가 진행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쌍용차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청문회가 아니라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정말로 정리해고가 필요한 것이었는지, ‘함께 살자’고 외치던 쌍용차 노동자들의 요구가 정말로 허황된 것이었는지, 22명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잔혹한 탄압이 정말로 정당한 것이었는지 제대로 밝힐 때가 됐다.

많은 이들이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 정리해고를 해서라도 기업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쌍용차의 상황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투자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완성차 생산기술만 취득한 후 고의적으로 현금 흐름을 줄이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외부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은 ‘유형자산손상차손’이라는 항목을 조정해 쌍용차를 부도상태로 만들었다. 약간의 회계조정만 가하면 멀쩡한 회사가 부도 상태가 되는 것이다.

법정관리인과 산업은행은 오로지 ‘매각’을 하겠다는 일념하에 정확한 경영진단 없이 쌍용차의 수익성 문제를 제기하고, 이전 회계법인의 자료를 인용해 정리해고 방안을 제출했다. 회생법원은 이 정리해고가 타당한지 아닌지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 사측과 회계법인의 보고서에만 기초해 정리해고를 승인했다. 노동부와 경찰·검찰은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관계기관대책회의를 통해 진압계획을 짜기에만 바빴다. 경찰과 특공대의 진압은 참으로 잔인한 것이었다.

우선 정리해고된 350여명의 비정규직, 그리고 정리해고 대상자가 된 2천646명 등 노동자 3천여명의 생존과 아픔은 아무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기획부도를 통해 이익을 남기고 다시 쌍용차를 매각해 이익을 보려는 자들에게,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온하게 보고 탄압하기에 여념이 없는 이들에게 노동자들의 삶이나 고통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심 끝에 내놓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회생안은 한 번도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다. 그들의 시나리오 속에 노동자들의 삶은 없었다. 그 결과 22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시름 속에 놓여 있다.

쌍용차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는 단지 쌍용차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국정조사 결과 회계조작이나 각종 조치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그들의 정리해고가 너무나 비상식적이라는 점이다. 함께 살기 위한 가능성은 모조리 배제한 채 오로지 ‘부도’와 ‘정리해고’, 그리고 ‘노동조합 무력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쌍용차 사측과 노동부·법원·경찰·검찰·회계법인·회생법원·산업은행은 강고한 카르텔을 구성해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 그리고 그 잔인한 잔치의 희생자들은 오직 노동자들뿐이었다.

이렇게 버려진 이들은 쌍용차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회사가 너무 잘나가서 돈을 쌓아 놓으면서도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한 콜트·콜텍과 K2코리아, 정리해고를 해 놓고 자신들은 주식배당 잔치를 벌이고 관리자들의 임금을 높인 한진중공업·KEC·코오롱…. 비상식적인 일들이 계속 저질러지는 것은 정리해고 제도가 가장 손쉬운 구조조정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이윤만 많이 낼 수 있다면 도덕과 상식과 양심마저 팔아 버릴 자세가 돼 있는 기업가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회계법인 등 소위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내민 서류만 들여다보고, 그 안에 담긴 노동자들의 삶과 아픔을 들여다보지 않는 법원, 노동자들의 투쟁을 짓밟기 위한 준비가 돼 있는 경찰들…. 이 모든 구조가 피땀 흘려 일하던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죽어 가고, 억울함이 뼈에 사무친다.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이유는 국정조사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쌍용차 정리해고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다. 국정조사를 통해 그런 피의 카르텔을 똑똑히 보기 위함이다. 노동자들이 ‘함께 살려면’ 기업의 시혜에 기대거나 그러한 카르텔의 일부인 정치권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자들의 공고한 연합을 뛰어넘는 노동자들의 연대, 한 사업장을 넘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조사에 대한 요구조차도 여야 의원들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투쟁하는 이들의 힘으로 제기돼야 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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