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발전재단

중국사회는 최근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해묵은 논쟁의 해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전 세계 다국적기업의 생산공장을 끌어모으며 고속성장을 거듭해 온 중국사회가 성장 이면의 상처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 불만요소들이 곪아 터지기 전에 응급처치에 나선 셈이다. 중국사회는 “공평한 분배를 통한 ‘조화사회’ 건설”이라는 처방전대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한국의 노사발전재단과 중국의 중화전국총공회가 공동주최한 ‘한·중 사회보장 심포지엄’이 지난 4~5일 중국 칭하이성 시닝시 소재 칭하이호텔에서 개최됐다. 양국의 노동문제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최근 빠른 속도로 정비되고 있는 중국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됐다.

사회보장제도 뜯어고치는 중국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중국의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지난 2005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2004년 고물가와 저임금을 견디지 못한 농민공들이 대도시 임금노동을 포기하고 귀향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사회양극화와 소득격차에 따른 민심이반이 표출되던 시점과 맞물린다. 2006년 중국정부는 ‘공평·정의·공유’의 가치를 천명하며 2020년까지 도시와 농촌 주민을 포괄하는 사회보장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공표했다. 경제성장의 성과를 국민들과 공유한다는 국가발전의 목표를 분명히 한 것이다. 쩡위 중국노사연구대학 교수는 “중국이 민생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2005년은 성찰의 한 해였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효율성에 집착한 나머지 공평성을 잃었던 중국사회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 뒤 사회의 가치지향이 효율성에서 공평성으로 변하고 있다. 공평성과 정의를 토대로 한 조화로운 사회의 건설은 중국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중국 사회보장제도 개혁의 핵심은 법·제도의 정비다. 특히 2010년 10월 발표된 ‘사회보험법’으로 중국사회 사회보험제도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 사회보험시스템에 포함되는 각종 보험을 규정하고, 보장범위를 확정하고, 자금조달 방식을 명시하고, 정부-기업-개인의 책임을 규정했다. 법 제정 이전에는 개인이 직장을 옮길 경우 사회보험 간 연계가 불가능했는데, 이러한 문제들도 해결됐다. 통일화되고 규범화된 사회보장제도에 기반한 인적자본시장의 형성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같은 조치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007년 중국 도시근로자 가운데 의료보험 가입자는 2억명 수준이었는데, 4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4억7천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쩡위 교수는 “기존 토목건설에 투여되던 재정이 공공복지를 위한 재정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앞으로의 주요 과제는 지속가능한 사회보장 시스템을 구축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자에 '사회적 통로' 열어 주는 것이 중국 노조의 역할"

중국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총공회의 핵심과제는 △취업과 임금인상 △농민공의 도시 영입을 위한 안정책 마련 △노무파견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세 가지다.

중국의 전체 인구(13억4천만명) 중 도시와 농촌의 노동력 인구는 8억2천만명이다. 노동력과 직업수요가 상충하는 미스매칭 문제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 2008년 이후 금융위기가 중국의 경제발전에 충격을 주고 있다. 2009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수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으면서 2천만명에 달하는 농민공이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와 관련해 총공회는 직업교육기관과 취업알선기관을 운영하며 노동자들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기업과 함께 “기업은 일자리와 임금을 보장하고, 직원들은 합심해 공동의 비전을 이룩하자”는 내용의 ‘공동약정액션’과 같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소득분배와 관련해서는 노사정 3자 협의체로 운영되는 최저임금 협상과 임금·단체협상의 체계를 잡아 가고 있는 중이다. 이와 별개로 펀드를 조성해 저임금 조합원 자녀에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취업과 소득분배 문제가 한국과 중국 두 나라 노조의 공통된 과제라면 농민공 지원사업은 중국 노조 특유의 사업이다. 농민공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낙후한 농촌을 떠나 도시화된 해안지대 생산밀집지역 일자리를 찾으러 온 하급 이주노동자를 일컫는다. 매년 2% 내외로 증가해 2억5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1억명이 80~90년대 도시에서 태어난 ‘농민공 2세대’다. 농촌에 적을 두고 있는 이들은 학교교육을 비롯한 도시의 사회보장제도로부터 철저히 소외돼 있다.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 저임금·고강도 노동을 감수하고 있는 농민공 2세대는 돌아갈 고향이 없다는 점에서 더 큰 사회적 불만을 내포하고 있다. 이들은 혼다 포샨공장과 폭스콘 사태의 주축을 이루기도 했다. 쩌우전 총공회 사회보장부 부장은 “도시와 농촌으로 이원화된 구조적 장벽을 해소하고, 사회보장제도와 공공서비스의 정비를 통해 농민공들이 점진적으로 도시에 영입될 수 있도록 ‘사회적 통로’를 열어 주는 것이 노조의 주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비정규직 노무파견, 법적규제 가시화


기업들이 비용절감이나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파견직 사용을 남용하는 문제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화전국총공회에 따르면 중국에도 3천7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노무파견’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중국사회에서 언급되는 비정규직 문제는 대개 노무파견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이 정해진 근로계약 기간이 경과하면 계약을 갱신하거나 해지하는 기간제 노동자 혹은 단시간 노동자를 일컫는다면, 중국의 비정규직은 근로계약관계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비공식 노동자’에 가깝다. 중국의 대표적인 비정규직이 노무파견 노동자다.

이들은 전문직에 국한되지 않고 제조업을 비롯한 광범위한 업종에 투입되고 있다. 대부분 일반 기업체 정규직 대비 절반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고용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왼쪽바퀴 조립은 정규직, 오른쪽바퀴 조립은 비정규직’은 중국에서도 흔한 광경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중국정부와 노동계가 급증하는 노무파견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무시되는 노무파견의 증가가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뜻이 닿았다.

이와 관련해 총공회는 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노동계약법 개정과 노무파견제도 규범화를 요구하고 있다. 총공회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다. 노무파견 사용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되도록 법·제도를 정비하자는 것이다.

법·제도 개선 전망은 밝아 보인다. 현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대회에서 총공회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법 개정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총공회 관계자는 “현재 개정안 1차 심의를 통과한 상태”라며 “머지않은 미래에 노무파견 규제법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불안요소를 줄여 나가기 위해 파견직 남용 관행에 선을 긋겠다는 중국사회의 변화가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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