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강
통합진보당
정책전문위원

한국투자공사의 설립 목적은 외환보유액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국부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설립목적을 글자 그대로만 보자면 나무랄 데 없다. 국부를 증대시킨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힘들이지 않고 효율적인 외환운용만으로 국부를 증대시킬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외환을 효율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따라서는 자칫 국부를 까먹을 수 있다. 정작 외환이 필요할 때 외화자산이 한국투자공사의 장기투자에 묶여 있어 나라 전체가 외환부족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는 2008년에 이미 그런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한국투자공사가 설립목적을 그대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난주 국회에서는 한국투자공사에 대한 결산심사가 있었다. 결산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는 2006년 설립된 이래 지난해 현재 총 415억달러(약 47조원)의 외화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다. 215억달러는 외국환평형기금에서, 그리고 200억달러는 한국은행에서 위탁받은 것이다. 수탁자산은 ‘전략적 투자·대체자산·전통 자산’으로 운용한다. 지금까지 29억달러를 투자한 ‘전략적 투자’의 순자산 가치는 14억달러다. 15억달러를 까먹은 셈이다. 참으로 난감한 수익률이다. 헤지펀드·사모펀드·부동산 펀드 등 ‘대체자산’에는 21억3천만달러가 투자돼 있다. 이 대체자산의 순자산 가치는 24억달러다. 여기에서는 2억7천만달러의 투자수익이 발생했다. 전략적 투자와 대체자산 투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자산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 자산’에 투자돼 있다. 전통자산에 대한 투자에서는 지난해 마이너스 3.3% 수익률을 나타냈다. 한국투자공사는 지난 한 해만을 기준으로 할 때 13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보고했다. 이는 명목상 수익률로 3%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4%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힐끔 봐도 한국투자공사의 운용성과가 신통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한국투자공사가 올린 수익률은 한국은행의 외화운용 수익률과 비교해 봐야 한다. 왜냐하면 한국은행도 외화자산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투자공사가 한국은행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지 못한다면 한국투자공사로서는 외환을 위탁받을 근거가 사라진다. 번거롭게 하기보다는 그냥 한국은행이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다. 더욱이 한국투자공사는 한국은행보다 더 위험한 자산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한국투자공사가 한국은행보다 더 큰 위험을 무릅쓴 만큼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파악한 바로는 한국투자공사가 한국은행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지는 못한 듯하다.

사실 한국투자공사가 초과수익률을 낸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유명한 금융이론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그들이 아무리 고수라고 하더라도 더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한 초과수익률을 내기가 힘들다. 이뿐만이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초과수익을 올리기 힘든 구조적인 사정도 작용한다. 한국투자공사는 다른 여러 나라 국부펀드처럼 자산을 주로 달러로 운용한다. 만약 달러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유능한 운용자라도 초과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2008년 이후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국제 금융시장에 달러를 쏟아 내는 정책을 이어 가고 있다. 이는 달러 가치가 앞으로도 더 하락할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자산을 운용한다는 것은 미리 많은 구전을 떼 주고 도박을 하는 것과 같다. 구전을 만회하고 거기에다 추가수익까지 올리기란 어지간해서는 가능하지 않다. 쉽게 얘기해서 한국투자공사의 수익률은 운용자의 실력보다는 달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국제 금융질서의 변동에 엮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공사는 옥답이라기보다는 천수답에 가깝다.

사정이 이렇다면 한국투자공사의 운용규모를 늘려야 할 이유가 없다. 운용규모를 키우면 키울수록 국부 손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정부는 어쩔 수 없이 한국투자공사의 운용규모를 늘려 나가야 한다는 압력에 이끌린다. 우리나라가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너무 과대한 자유를 주다 보니 쓸데없이 외환보유고를 높게 가져 갈 수밖에 없다.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면 그 유지비용이 늘어나고 그러다 보면 외환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한국투자공사의 운용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거꾸로 외환 유출입을 규제한다면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는 외환규모를 줄일 수 있고 외환보유고 유지비용 걱정도 덜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굳이 한국투자공사와 같은 국부펀드를 유지해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통합진보당 정책전문위원 (lin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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