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직업성 암 산재사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역학조사를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에 의뢰한다. 이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역학조사 및 업무관련성 평가를 하고, 이 평가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와 공단은 사실상 구속된다. 따라서 역학조사수행기관이 사실상 판정기관의 기능을 한다. 결국 역학조사평가가 제일 중요하다.

안전보건공단은 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의2 ‘역학조사’규정 및 시행규칙 제107조의2, 제2호의 규정에 의거해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질병 여부의 결정을 위해 역학조사를 요청할 경우 역학조사를 할 수 있다. 실제 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이를 수행한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규정을 대폭 변경 시행했다. 첫 번째는 근로복지공단의 ‘요양업무처리규정’이다. 공단 내부 운영규정이지만 산재처리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절차와 내용을 담고 있다. 2012년 6월28일자로 개정된 ‘제9조 업무상질병 여부에 관한 자문’은 위와 같은 역학조사에 대해 ‘폐질환 등 호흡기계 관련 질병은 직업성폐질환연구소’로 자문의뢰하고, ‘소음성 난청 등과 같이 유해요인에 대한 측정이 필요할 경우 외부기관’에 자문의뢰하고, 나머지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역학조사를 하도록 규정한다.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3 ‘업무상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총 23가지 질병을 규정하고 있는데, 소음성 난청만이 유해요인에 대한 측정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다. 가령 근골격계질환도 유해요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수 있으며(현실적으로 유해요인 조사가 규정되고 시행됨), 석면으로 인한 질병 또한 당연히 석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결국 규정상 외부기관에 의뢰할 수 있는 범위 특정이 되지 않는 점과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 외부기관의 기준이 무엇인지가 문제다.

개정규정에 의하면, 제9조제4항에서 모든 역학조사의뢰 실시 여부는 공단 이사장이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당초 지사장에서 공단이사장으로 결정주체가 변경된 것이다. 문제는 자문의뢰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과 여전히 이에 대해 불복절차가 없다는 점이다. 반드시 역학조사가 필요한 사건에서 신청인의 이의권이나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

또한 제9조제8항에서 신청인 또는 보험가입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역학조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폐질환 등 호흡기기계질환 및 소음성 난청 등 질병을 제외한 나머지 직업성 질병에 대해서는 배제되고 있다. 현재 1년에 150건 수행되는 역학조사 건수에서 폐질환은 33%에 불과하다. 소음성 난청 건수는 15% 정도다. 즉 나머지 직업성 암의 역학조사에서는 신청인 즉 노동자의 참여가 배제되고 있는 것인데, 이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역학조사 과정에 있어 사업주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마치 이는 산재승인 과정에서 사업주의 이의제기권을 보장하는 것과 동일하다. 산재법상 사업주의 조력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과도 배치되는 부분이므로 삭제돼야 하다.

두 번째로 고용노동부는 ‘역학조사평가위원회 운영지침’을 2012년 6월7일자로 개정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107조의2의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개정 운영지침의 요지는 안전보건공단 내에 ‘역학조사평가위원회’를 두고 이를 각 ‘작업환경평가 분과위원회’ 및 ‘업무관련성평가 분과위원회’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자는 유해요인에 대한 산업 위생적 평가를 담당하고, 후자는 직업환경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의학적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당해 지침 또한 요양업무처리규정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즉 역학조사 대상에 대해 자의적으로 심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제7조), 역학조사실시 과정에서 노동자를 배제한 채 사업주 및 노조(또는 근로자 대표)에 대해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다.(제8조·제9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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