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가 청소용역업체와 계약하면서 고용승계를 무력화하는 독소조항을 넣어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계는 물론 용역업체들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이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2일 전국비정규직여성노조(위원장 이찬배)와 용역업체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그간 재향군인회와 수의계약으로 청소용역계약을 해 오다 올해 6월 9개 청소용역업체와 공개입찰로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서울메트로가 정부의 공기업 경영효율화 정책에 따라 예산을 줄이면서 낙찰가가 지난해보다 10억원가량 하락했다. 업체들은 재향군인회가 고용한 노동자 1천36명 중 1천15명만 고용했다.

21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자 노조가 파업에 나섰고, 이후 서울시의 권고로 업체와 서울메트로는 올해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기존 고용을 유지한다는 변경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업체들과 노조는 정년퇴직자 대상 22명에 대해 올해 말까지 퇴직시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어 노사는 기존 인원만큼 고용을 승계한다는 데 합의했고, 각 업체들마다 필요한 인원을 충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변경계약서의 독소조항이 문제가 됐다. 서울메트로가 변경계약서에 "변경된 추가인력(전체 21명)에 대해 기존 계약인원(전체 1천15명) 도달시까지 충원 없이 운영한다"는 기타조항을 넣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존 계약인원이 10명인 상황에서 4명을 충원했다면, 4명이 감원돼 10명이 될 때까지 신규인력을 채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올해 7월부터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기존 고용이 유지된 용역노동자 21명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업체들은 "서울메트로가 기존 인원 고용승계에 합의해 놓고, 이를 무력화하는 조항을 넣는 것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신규채용한 업체들은 서울메트로가 임금지급을 거부하면서 노동자에게 임금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은 인력충원 검토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서울메트로에 제출한 상태다.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노동자를 상대로 서울메트로가 장난을 친 것"이라며 "용역업체 모두가 적자를 보고 있어 차라리 계약해지를 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찬배 위원장은 "이렇게 악랄하게 용역노동자들의 뺨을 때린 경우는 처음"이라며 "공기업이 이런 행위를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공기업인 서울메트로가 직접고용은 못할망정 가장 보호받아야 할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이용해 경영효율화를 진행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변경계약서는 업체들과 합의한 사항으로 되돌릴 수 없으며 업체들이 경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공개 경쟁입찰인 만큼 공기업의 업무효율성을 고려해 예산절감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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