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표준협회지부

"KS인증은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한 제품을 사용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KS인증 경쟁체제 도입은 부적합한 불량제품을 국민이 사용하도록 조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류길홍(50·사진) 공공운수노조 한국표준협회지부 지부장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사당동의 한 커피숍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KS인증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해 "국가표준 인증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단일 인증기관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7월 '국가표준 인증제도 선진화 방안'에 따라 2015년까지 중소기업의 편의를 위해 KS인증을 경쟁체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KS인증은 62년 정부가 산업발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산품을 대상으로 제정한 표준규격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인증제도다. 초기에는 국가가 수행했으나, 15년 전부터 한국표준협회가 전담하고 있다. KS인증 기관을 복수로 늘리면 업계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경쟁에 따른 비용절감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입장은 다르다.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지원청은 지난 5월 열린 공청회에서 "일반 시장은 상품이 많아지면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지만 인증시장은 기관들이 자생하기 위해 오히려 검사비용을 올려 수익을 유지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인증기관 복수화시 중소기업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류 지부장은 "중소기업들이 문제로 제기한 핵심은 각종 인증제도의 시험비 경감과 인증에 대한 상호 인정인데, 정부가 본질은 외면한 채 생뚱맞은 민영화를 들고 나왔다"며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반대하는 KS인증 민영화를 정부 혼자 논리도 없이 오기로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표준협회가 KS인증을 수행하는 동안 특별한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매년 KS인증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95%의 높은 만족도가 나오고 있다. KS인증 시험의 가격도 다른 인증제도에 비하면 50~70%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인증기관을 복수로 운영하고 있는 다른 인증의 경우 문제가 발생해 말썽을 빚고 있다. 기업의 제품·서비스· 경영시스템이 국제규격에 적합하게 마련돼 있는지를 증명하는 ISO인증의 경우 기관 간 경쟁에 따른 부실인증으로 1천여곳이 허위인증을 받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정부는 ISO인증의 부실화를 개선하기 위해 부실인증에 대한 신고 접수와 실태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국가표준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도 국가표준 개발과 인증업무를 해당국의 표준협회에서 전담해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이 유일하게 5년 전 민영화를 도입했으나, 인증이 부실화되는 바람에 정부가 감독 강화에 나선 실정이다.

류 지부장은 "WTO·FTA 체제하에서 각국은 자국민과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표준·안전·환경·인증 시험검사를 강화해 비관세 무역장벽을 강화하는 추세에 있는데 한국만 이에 역행하려 한다"며 "KS인증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기술의 하향평준화로 저가의 불량품(중국 등)이 국내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산업에 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관 난립에 따른 인증의 신뢰성 저하와 기관 간 유권해석 다양화, 기관과 업체의 유착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류 지부장은 "KS인증은 중소기업의 품질 경쟁력을 유도하고 이들이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 주고자 한다면 각종 인증제도의 시험·검사 비용을 줄이고, 중복으로 받아야 하는 인증제도를 줄이는 등 실질적인 개선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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