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비정규직투쟁의 날에 노동운동을 들여다본다. 투쟁의 날에 투쟁을 살펴본다. 2012년 임단협을 위한 투쟁이 전개됐고 일부 사업장은 타결됐지만 나머지 사업장은 진행 중이다. 그중 비정규직투쟁은 불법파견 관련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투쟁이 현대자동차에서 격렬하게 전개돼 왔다. 현대차 울산공장 1, 2공장이 멈췄다. 정규직의 현대자동차지부가 전면파업을 할 때도 돌아가던 공장이 비정규직 투쟁으로 멈췄다. 비정규직의 분노는 공장의 담장을 넘어 울산의 밤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공권력이 있어도 소용 없는 세상, 공권력이 자본의 사권력으로 전락한 세상은 죽창을 들고서라도 멈춰야 한다며 노동자는 분노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해서 체포 감금하고 내다 버렸다. 현대차 자본 앞에서 울산의 경찰은 더 이상 범죄를 예방·진압·수사하는 공권력이 아니었다. 법이 있어도 소용 없는 세상은 만장을 들고서라도 맞서야 한다며 비정규직은 분노했다. 불법파견을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하고 허울뿐인 정규직 채용안으로 법을 농락했다. 법보다도 못한 자본의 제안은 오직 투쟁으로 쓰레기로 만들 수 있었다. 멈췄던 공장은 이제 다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분노는 공장 밖으로 퇴거했다. 이렇게 지난주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투쟁으로 전개됐다.

2. 지금 비정규직이 문제다. 현대차에서 비정규직이 투쟁한다고 문제다. 지난주 현대차지부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욕 같은 비난, 욕보다 더한 비판이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불법파견 관련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 현대차자본은 법보다 못한 안을 들고 왔다. 파견법 위반의 불법은 당장 중단해야 하고 파견법 위반의 범죄행위는 계속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교섭의 요구라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고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법의 요구다. 아산공장의 김준규 외 3인은 자동차 생산공정에서 다른 사내하청 근로자과 마찬가지로 일했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은 이들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던 것이다. 울산공장의 최병승은 특별하게 일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던 것이 아니다. 울산공장 자동차 생산공정의 다른 사내하청 근로자와 다름없이 특별할 것이 없이 일했던 최병승이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의 비정규 노동자는 말한다. 최병승과 다름없이, 김준규 외 3인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일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 불법파견이라고 분명히 알고서 정규직화를 말한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부당노동행위보다도 더 중한 파견법 위반의 범죄행위는 더 이상 해서는 안되고, 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일해 온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법적으로 이미 정규직이 된 자는 정규직으로 인정해서 처우를 해 줘야 하고,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할 자는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줘야 한다. 그런데 현대차지부에 제출한 사용자의 안은 이랬다. 현대차는 단 1명의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인정하지 않겠단다. 2005년 7월1일 이전부터 근무해서 파견법에 의해 고용간주돼 버린(옛 파견법 제6조제3항) 비정규 노동자는 이미 정규직으로 인정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현대차자본은 3천명을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2005년 7월1일 이후부터 근무했더라도 이미 2년 이상 일해 온 비정규직은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법이었고(2012년 2월1일 개정 전의 파견법 제6조의2제1항), 올해 8월2일 이후부터는 이제 2년 이상 일했는지 관계없이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법이다(2012년 2월1일 개정 파견법 제6조의2제1항). 그런데도 그보다 배 아니 몇 배의 비정규직 중 일부만 선별해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니 비정규직은 분노로 이 안을 쓰레기로 만들었다. 비정규 노동자는 쓰레기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외쳤다. 분노는 비정규직 문제를 교섭해 왔던 현대차지부의 교섭태도에 대한 비난으로 나아갔다. 비정규직지회는 본교섭에서 다루지 말고 비정규직지회가 참여하는 특별교섭에서 다룰 것을 요청했다. 지부는 이 문제를 대의원대회에서 논의하고자 했으나 지난주 소집된 지부대의원대회에서 이 안건은 ‘심의보류’됐고 조만간 최종판단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조만간 있을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최종판단이 지부에 대한 비난의 종결일지, 아니면 그 비난의 최종판일지 여부를 결정짓게 됐다.

3. 그동안 현대차지부는 이 나라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쟁취의 교섭과 투쟁의 선봉에 서 있었다. 사실 이건 한 자동차지부의 요구를 넘어 금속노조의 요구이고, 금속노조의 투쟁이어야 했다. 어쩌면 이 나라 노동운동의 요구와 투쟁이어야 했다. 그것이 현대·기아차를 정점으로 하는 이 나라의 자동차산업구조의 문제라서 그런 것이든, 아니면 금속노조가 아직 그걸 감당할 조직력과 투쟁력이 되지 않아서든 뭐가 됐든 분명히 그렇다. 어쨌든 현실의 교섭과 투쟁의 고민은 지금 현대차지부의 몫이다. 그리고 지부는 비정규직 문제와 같이 주간연속 2교대제 문제를 교섭해 왔다. 분명한 것은 현대차지부 입장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자기 조합원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올해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제출돼 지부가 진행해 온 것이었다. 지난 십년간 투쟁이 확인한 바로 비정규직만의 교섭과 투쟁으로는 쟁취하기 어려우니 지부의 교섭과 투쟁을 통해서 정규직화를 쟁취하겠다고 진행해 온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규직의 주간연속 2교대제, 성과급 등 임금요구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지부와 지회로 이해가 대립된다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것일까. 정말 민주와 어용의 대립인 걸까. 지난 일주일 동안 이런 대립이라고 말해 왔다. 불법파견을 부정하고 몇 년간 순차적으로 3천명을 신규채용하겠다는 현대차 자본의 안이 단체교섭에 제출되면서 시작됐다. 이 안에 관해서 현대차지부, 비정규직지회에서 이른바 민주세력과 어용세력으로 이해가 대립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에 관해서 정규직과 그 지부는 직접 이해당사자인 비정규직과 그 지회와는 이 안을 읽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이해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다르다는 것이 지금 분명해졌다. 그것 때문에 지난주 현대차에서 논란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비정규직지회가 참여하는 교섭에서 정리해야 마땅하다. 이 문제는 비정규직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비정규직 요구가 정규직의 주간연속 2교대제와 임금협상의 수단이 아니라면 지부가 이렇게 결정하는 데 큰 어려움도 없을 것이다.

4. 그런데 어째서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싸고 올해 교섭과 투쟁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그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원·하청 공동투쟁으로서 지부가 단체교섭을 하게 되면서 비롯된 것이다. 교섭은 해당 요구에 직접 이해를 갖고 있는 해당 단위가 하거나 적어도 그 단위가 참여하는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산별노조로서 규약상 지회 조합원을 위한 교섭권을 갖고 있는 조건에서는 금속노조가 지부와 지회가 참여하는 상태에서 그 단체교섭을 해야 했다. 이것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주간연속 2교대제 요구에 관한 교섭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금속노조 단체교섭에서 산별중앙교섭구조 확립 말고는 조합원 권리를 위한 요구가 특별할 게 없는 것이라서 조합원들을 그 교섭과 투쟁에 집중시킬 수 없었다.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교섭하는 과거 기업별노조였던 지부·지회의 교섭과 투쟁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금속노조가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이라는 조합원을 위한 요구를 내걸었다. 문제는 그것을 현대차지부 등이 교섭을 주도해서 협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니 주간연속 2교대제 쟁취는 금속노조가 아닌 현대차지부 등의 교섭·투쟁 요구가 되고 말았다. 규약에서 금속노조 위원장에게 일체의 교섭권과 체결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 금속노조는 특별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실제로 그렇게 교섭하고 체결해야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그랬다면 아예 이번과 같은 논란이 있을 수 없었다.

5.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용자가 갈라놓은 노동자의 구분으로 지금 이 나라 노동운동에서 이해가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비정규직의 분노가 정규직을 향하게 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의 분노는 불법파견의 사용자, 범죄자에게 향해져야 한다. 이것은 이 나라 노동운동의 일이다. 그리고 포섭된 노동이니 조직노동이 어떠니 뭐니 해서 지금 이 나라 노동운동의 문제를 비정규직의 문제로 끌어내려서는 안 된다. 운동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의 문제로 끌고 가선 안 된다. 노동운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어 노동자의 문제로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노동자 내부에서 경계를 그어선 안 된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자본과 노동 사이에서 경계를 그어서 전선은 거기에 있어야 한다. 전투는 그곳에서 전개돼야 한다. 그리고 그 전투에 현대차지부가 나서도록 해야 한다. 이미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면 비난은 결국 투쟁의 결의로 모아져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만이 노동운동의 대의이고 비정규직운동이야말로 진정한 노동운동이라고 인식해서는 안 된다. 노동운동의 종착지는 정규직이 아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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