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일하던 굴삭기 노동자가 건설기계의 주된 용도가 아닌 작업을 하다 사고로 숨져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오전 세종시 연기면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굴삭기가 넘어져 운전기사 김아무개(55)씨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건설노조와 현장 목격자에 따르면 K건설사가 시공사인 건설현장에서 김씨는 공사현장 내 물웅덩이에 빠진 레미콘 차량을 인양하는 작업을 했다. 레미콘 차량과 굴삭기를 와이어로 연결해 인양하던 중 굴삭기가 옆으로 넘어졌고, 공사장에 건축돼 있던 콘크리트 기둥이 운전석을 관통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건설기계는 그 기계의 주된 용도에만 사용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작업도 가능하다. 규칙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건설사의 지시를 거부하기 힘들다. 주용도 외 작업이 건설현장에 일반화된 배경이다. 실제 지난해 9월 전남 나주의 하수관거 공사현장에서도 굴삭기로 철제패널을 옮기는 중 사고가 발생해 건설노동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비슷한 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재발하자 노동계는 "관련 법률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주용도 외 작업 중 사고가 발생하면 구상권을 청구당하거나 면허가 취소되기도 하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관련법을 개정해 주용도 외 작업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국장은 "고용노동부는 건설기계 편법운용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목적 외 사용으로 굴삭기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검토를 한 적이 없다"며 "(굴삭기 사고는) 겉으로 많이 드러나 있지 않아 제도개선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특수고용직인 관계로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특수고용노동자 본인도 산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고 작업 중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까지 무한정 덮어쓰게 된다"며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전면적인 산재보험 가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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