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폐해를 바로잡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수정당들인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까지 나서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한다.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재벌·금융·세제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강해지는 형국이다. 기업과 국가가 경제를 좌우하면서 노동은 배제되고 소외돼 왔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노동을 경제에 참여시키는 게 될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토대인 노동기본권 보장

노동자의 경제 참여는 기업-산업-국가 등 여러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인데, 산업-국가 차원의 참여에 앞서 (혹은 그와 동시에) 기업 차원의 참여가 중요하다. 개별적으로 분산된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으로 한데 묶어서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해 사용자와 집단적으로 교섭하는 것은 기업 (나아가 산업) 차원에서 이뤄지는 노동자 참여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한국에서 단체교섭권을 보장받는 노동자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조조직률이 그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동자 열 명 중 아홉 명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측면에서 경제민주화의 동력에서 배제돼 있다. 10%에 불과한 노조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일이야말로 경제민주화 성공의 기초를 놓는 시급한 과제다. 이 점에서 경제민주화 논의의 출발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의 전면 보장을 전제해야 한다.

동시에 경제민주화가 진짜 내실 있게 이뤄지려면 노동자 이사제가 도입돼야 한다.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교수·변호사·회계사 같은 사회명망가로 짜인 사외이사제가 기업의 건전한 발전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지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정치경제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에서 노동자 이사제는 기업과 국민경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시급히 도입해야 하는 과제가 되고 있다.

서유럽에서 대세인 '노동자 이사제'

노동자 이사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특히 서유럽의 경우 노동자 이사제는 대세를 이루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1987년 민간부문 종업원의 이사회 대표권에 관한 법’에 따라 종업원 25인 이상 기업의 노동자들은 2명의 이사를 선출할 권한을 가진다. 1천명 이상 기업의 경우 3명의 노동자 이사를 선출할 수 있다.

노동자 이사는 해당 기업과 단체교섭을 하는 노동조합이 선정한다. 노동자 이사는 종업원의 직접선거, 혹은 해당 노조의 지명 혹은 선출을 통해 뽑힌다. 대부분의 사안에서 노동자 이사는 회사의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행사한다. 하지만 노동자 이사는 노사 간의 이해가 분명하게 갈리는 사안, 즉 단체교섭 혹은 단체행동에 관련된 사안에는 참여할 수 없다. 노동자 이사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이사회 다수의 결정을 막을 수 없다.

덴마크의 경우 종업원 35인 이상의 기업에서 노동자들은 이사회에 참가할 복수의 노동자 이사를 선출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선출하는 이사는 회사의 소유주가 총회에서 선출하는 이사 수의 절반이거나 최소 2명 이상이어야 한다. 실제로는 이사회의 3분의 1이 노동자 이사로 채워진다. 작은 회사에서는 노동자 이사가 3분의 1을 넘는 경우도 많다. 소기업의 경우 이사회가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대기업의 경우 경영진이 경영의 책임을 진다. 이사회는 감독 역할을 한다. 노동자 이사는 사측이 임명한 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노동분쟁에 대한 결정권은 행사할 수 없다.

노동자 이사제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성이 강한 스웨덴이나 덴마크와 달리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노동조합과는 별도 조직인 종업원평의회를 통해 노동자 이사나 노동자 감사를 선출한다. 노조조직률이 낮은 한국 상황에서 어느 모델이 적합할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보수정당들까지 나서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지만, 노동자 참여 없는 경제민주화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작업에 노동운동의 분발이 요구된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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