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7.10 금 08:00
상단여백
HOME 피플ㆍ라이프 인터뷰
[이시우 한국공항공사노조 위원장] "청주공항 매각, 듣보잡 자본에 국민 생명 맡기는 것"
▲ 공항공사노조

"국민 혈세가 투입된 청주국제공항이 듣도 보도 못한 무명의 민간업체에 넘어가려고 합니다.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청주공항 매각이 완료되기 전에 민영화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이시우(46·사진) 한국공항공사노조 위원장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노조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청주국제공항 매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매각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청주공항의 민영화 준비가 한창이다. 올해로 개항 15주년을 맞은 청주공항은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국내 공항 중 처음으로 민간업체에 매각됐다. 한국공항공사는 올해 1월 청주공항 운영권을 255억원에 청주공항관리(주)에 넘겼다. 청주공항 매각 하한선은 300억원으로 매각 당시 헐값·특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청주공항관리는 국토해양부로부터 공항 운영증명권을 취득한 후 이르면 내년 초부터 30년간 청주공항을 운영한다. 국토부는 매각과 관련해 "적자인 지방공항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간의 창의적 경영과 마케팅으로 청주공항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제기됐던 헐값 매각 등의 의혹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금은 연간 50억원의 적자가 나지만 도로 등 공항 주변 인프라 구축과 활주로 확장, 세종시 입주가 예정돼 있어 민영화를 안 해도 흑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 노조에 따르면 공항의 손익분기점은 연간 이용객 150만명이다. 청주공항 이용객은 그동안 꾸준히 늘어 지난해 134만명을 넘어섰다.

이 위원장은 "정작 가장 적자인 공항은 내버려 두고 곧 흑자로 돌아설 청주공항을 매각해 흑자 전환 성공을 빌미로 다른 공항을 민영화하는 데 악용하려는 것"이라며 "국가 자산인 공항 운영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민간기업이 빨대를 꼽고 거저 가져가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수할 기업의 경영노하우·자금력·기술·전문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공항을 운영할 청주공항관리는 한국에이비에이션컨설팅그룹㈜·흥국생명보험㈜·ADC&HAS가 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회사다. 국내 법인인 한국에이비에이션컨설팅그룹이 대주주인데, 청주공항 운영권 인수를 위해 2010년 만든 신생법인으로 공항 관리·운영 경험이 없다. 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한 흥국생명은 아직까지도 투자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공항운영은 미국 자본인 ADC&HAS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ADC&HAS사는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 국가의 공항 개발민영화를 추진하는 소규모 공항운영 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 위원장은 "공항공사보다 전문성과 기술력이 떨어지는 외국 자본에 검증 없이 운영권을 넘기는 것이 정부가 원하는 선진화인지 묻고 싶다"며 "기술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공항운영의 핵심인 안전성을 위협해 승객들의 생명조차 담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공항 민영화는 세계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 사례만 보더라도 공항 민영화는 대부분 사기업의 배만 불리다 실패로 끝났다.

그런 가운데 충청북도와 청주시, 청원군은 공항운영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올해 말 청주공항관리의 지분 5%를 공동으로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5%의 지분율로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한미 FTA에 따라 공공서비스를 판매할 때 미국의 투자나 서비스 공급자에게 차별적 대우를 할 수 없고 미국 투자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경쟁적 행위에 관여할 수 없게 된다"며 "정부의 독자적인 항공정책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국민들에게 저렴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19대 국회가 청주공항 민영화 저지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청주공항은 매각 과정에서 법안 통과가 한미 FTA와 함께 기습적으로 이뤄졌고, 계약도 밀실 수의계약으로 진행돼 모든 과정이 불투명하게 추진됐다"며 "그럼에도 정부와 공사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계약서 등 매각의 전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치권과 시민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제라도 잘못된 과정을 바로잡아 국부유출을 막아야 한다"며 "다양한 대외활동을 통해 졸속매각을 막아 내고 청주공항 민영화를 추진한 세력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김은성  kes04@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성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