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임원선거가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27일 후보자 등록 마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23일 임시선거인대회 소집공고와 후보자 등록 공고를 냈다. 현 집행부인 한광호 사무총장이 사퇴를 한 후 출마를 선언했다. 문진국 전국택시노련 위원장도 출마를 선언했다. 문진국 위원장과 한광호 전 사무총장은 후보조를 구성해 출마한다는 소식이다. 등록을 고려하고 있는 후보자 가운데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한 셈이다.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의 사퇴에 따라 치러지는 이번 임원선거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쟁점이다. 이용득 전 위원장은 조직 갈등을 책임지고 사퇴하면서 화합을 주문했고, 이를 존중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1년6개월의 보궐 임기인 만큼 통합 집행부가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조합이라면 분열보단 단결, 한 사람보다는 열 사람의 한걸음이라는 원칙을 고려할 때 여기에 이견을 달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인물 간의 연합이라고 해도 전제조건은 있어야 한다. 선거란 인물과 정책이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가치연합을 전제로, 이에 동의하는 인물들이 손을 잡아야 시너지도 커진다.

이용득 전 위원장은 지난 임원선거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걸고 당선됐다.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와 타임오프, 복수노조 허용시 교섭창구 단일화를 핵심으로 하는 노조법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이었다. 이용득 전 위원장은 이 법을 만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의 정책연대를 깨면서 노조법 개정을 공언했다. 또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통합주체로 참여했는데 이러한 선택의 명분도 노조법 개정이었다. 야당을 다수당이 되도록 지지해 법 개정을 시도하거나 야당을 기반으로 여당을 견인해 법 개정의 유리한 정세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노조법 개정이라는 상수에 종속된다. 하지만 이용득 위원장은 내부의 합의도 정치권의 유리한 요건도 만들지 못했다. 이용득 전 위원장은 이를 책임지고 물러났다. 전적으로 그의 책임일 수 있고, 우호적인 정치정세를 만들지 못한 노동계 전체의 책임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노조법 개정투쟁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한국노총 임원선거는 이용득 전 위원장이 실패한 그 자리에서 시작된 셈이다. 논의의 출발점은 이용득 전 위원장이 책임졌던 노조법 개정투쟁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임원 후보자라면 이용득 전 위원장의 선택처럼 노조법 개정에 동의한 야당과 손잡고 정면돌파할 것인지, 야당을 기반으로 여당을 견인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선택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노조법 개정에 선뜻 수긍하지 않는 여당이나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도 고려할 수 있다는 정부를 볼 때 한국노총이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간 노조법 개정 투쟁을 보면 고려할 사항은 또 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과 함께 노동법 개정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진했다. 이용득 전 위원장 사퇴에 앞서 공대위 활동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구성이 여소야대라고 하지만 양대 노총이 힘을 모으지 않으면 이런 좋은 여건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국노총 임원선거에 나선 후보자라면 공대위 참여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용득 집행부가 만든 전철을 밟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노조법 개정투쟁만 국한해서 보더라도 새 지도부에겐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다. 이용득 전 위원장 재임시절 만큼 혼란이 조성될 수 있다. 가뜩이나 여야가 전쟁을 벌이는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때문에 한국노총 임원선거는 가치와 방향이라는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인물연합으로 정리돼선 안 된다. 가치와 방향에 합의하지 않으면 결정의 매 순간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탓이다. 후보 단일화도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고, 대중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가치연합이 우선이다. 바로미터는 노조법 개정이다. 이것에 동의하는 정치세력과 함께하되, 외면하는 정치세력은 심판하거나 견인하는 전술을 펼쳐야 한다. 노조법 개정을 상수로 여야를 따지고, 연대전술을 결정해야 한다. 이런 가치연합을 전제로 인물연합을 추진해야 밑으로부터 동의도 얻고, 힘 있게 일할 수 있는 지도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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