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경찰의 과잉대응 조치에 대해 사법부가 철퇴를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23일 해산명령에 불응한 집회 참가자에 대한 검거행위를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산하 노조 간부 3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일반교통방해·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에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한미FTA 비준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여의도 문화마당 방향 진행차로를 점거하고 신고되지 않은 행진을 진행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신고한 목적·일시·장소·방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했다”며 해산명령을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 33기동대 소속 경찰관들이 해산하지 않은 시위대 앞에선 깃발을 든 남성을 체포하려고 하자 집회 참가자들이 이를 막는 상황에서 폭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전아무개 경위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기소된 황아무개씨는 “그날 집회 시작과 동시에 경찰이 해산명령을 내렸다”며 “집회 목적에 정당성이 있음에도 무리한 진압으로 노동자 시민과 소통하지 않는 정부의 방침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1심 법원은 이들에 각각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경찰관들의 현행범 체포 및 시위현장에서의 질서유지를 위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시위현장에서의 질서유지를 위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본 것이다.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집회의 정당성이 단순히 신고된 범위를 벗어났다고 해서 불훼손되는 것은 아니며 이를 근거로 연행을 시도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들에게는 일반교통방해죄만 적용해 벌금형이 내려졌다.

사건을 맡은 장종오 변호사(민주노총법률원)는 “재판에서는 경찰의 공무집행이 적법한가가 쟁점이었는데 2심 재판부는 공무집행이 부당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집회 과정에서 일부 집시법에 위반되더라도 함부로 진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이라고 말했다.

이 재판은 대법원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판결로 집회 참가자에 대한 무리한 진압 관행이 변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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