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쌍용차 정리해고와 사설 경비업체의 폭력 문제를 다룰 청문회를 연다. 지난 22일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가 극적인 합의를 본 덕이다. 시기는 아직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으나 9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언이다. 청문 범위나 출석해야 할 증인·참고인도 합의를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용역 폭력 청문회의 경우 문제가 된 컨택터스의 SJM 노동자에 대한 폭력에 한정할지, 아니면 KEC를 비롯한 이전 폭력 문제도 함께 다룰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이번 청문회는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피해자인 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의 애기를 들었다.


“회계조작·기술유출 규명하고 투자 확답 받아야”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위원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청문회에 국민들이 거는 기대는 크게 세 가지다. 정리해고의 원인이 됐던 회계조작, 77일간의 파업 당시 진압, 사후 정상화 방안이 그것이다. 회계조작은 사건의 발단 단계라 할 만하다. 안진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만들면서 자산가치를 줄여 부채비율을 높였고, 삼정KPMG는 그 보고서를 기준으로 구조조정 인원을 산출했다. 이들 회계법인이 뒤에 상하이차와 마힌드라의 매각 주간사를 맡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기술유출 문제도 따져야 한다. 2004년 상하이차에 매각되면서 노조와 기술유출과 관련한 특약을 맺었는데 당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이를 다 풀어 줬다. 산업은행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산업은행은 상하이차가 약속과 달리 투자는 하지 않고 기술만 빼갈 때도 이를 방치했다.

노조를 마치 테러분자 취급하며 무리하게 진압했던 경찰 지휘자, 파업당시 전기나 물·음식·의료진조차 막았던 경영진의 부도덕성도 짚어야 한다. 회사는 22명이 죽을 동안 복직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국가는 무책임했다. 보상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마힌드라로부터 투자계획에 대한 확답을 받을 필요가 있다. 국회나 언론이 공동 증인이 돼 약속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


"청문회 계기로 국정조사 벌여야"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는 국가의 폭력에 의한 것이다. 산업은행과 경찰·사법부가 한 통속이 돼 하나의 작품을 만든 것이 쌍용차 사태다.

국가권력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일상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일상을 빼앗기는 동안에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불법행위들이 규명돼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 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명백한 기술 도둑질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주는 것이 우리의 국가권력이다.

노동자들을 개 패듯이 두드려 팬 공권력의 폭력행위와 그에 따른 후유증은 또 어떤가. 노동자를 단순 진압 대상이 아닌 섬멸의 대상으로 대했던 가공할 폭력의 후유증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골방에 갖혀 세상과 단절된 노동자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

국회 청문회 정도로는 국가폭력의 실체를 드러내기 어렵다. 청문회를 시작으로 본겨적인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양파 껍질 벗기듯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


“사전에 기획된 노조파괴 시나리오 실체 밝혀야”

김영호
금속노조
에스제이엠지회장

SJM 폭력용역 사태는 회사에서 사전에 기획한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폭력용역 청문회는 이에 대한 의혹을 낱낱이 해소해야 한다.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회사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노조를 없애려는 의도에서 무리하게 직장폐쇄를 추진하고 용역경비를 투입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 SJM뿐만 아니다. 많은 회사에서 2세 경영승계 과정에서 파업유도->직장폐쇄->용역경비 투입 같은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가동된다. 사용자의 비도덕적인 노조파괴 시도가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최근 경비업법 개정 움직임에서도 나타나듯이 사업장 용역폭력 뒤에는 사용자가 있다. 폭력을 사주한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직장폐쇄 역시 원래 입법취지에 맞게 방어적 수단으로 쓰도록 관련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헌법에 명시된 단체행동권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합법적으로 파업하기가 너무 어렵다. 고용불안 때문에 고용안정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하면 인사경영권 침해라는 이유로 불법파업이 된다.

지금도 용역폭력으로 다친 조합원들이 경찰에 불려가 '가해자'로 조사를 받고 있다. 회사가 조합원들을 건조물 침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한 탓에 50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무더기 소환장을 받았다.

“사용자들의 폭력교사와 공모 규명해야”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

이번 SJM사건은 SJM 경영진(김용호 대표이사, 김휘중 경영본부장, 김용호의 아들, 민홍기 노무관리이사 등)이 폭력용역업체를 고용해 적법하게 파업을 진행 중이던 비무장의 조합원들에 대해 ‘묻지마’ 폭력을 교사하고 지휘함으로써 무려 42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한 대형 폭력·상해사건이다. 먼저 경비용역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산업이 번성하고 노사분쟁 현장에서 용역들에 의한 사적 폭력이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원인은 시설주와 사업주들에 의한 용역폭력의 사주에 기인한 것이다. 용역업체를 고용한 사용자들의 폭력교사와 공모에 대한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둘째 지난 19일 MBC의 <시사매거진 2580>은 회사와 용역업체가 사적 폭력을 행사하기 전에 미리 경찰을 매수하는 이른바 ‘관작업’ 관행을 보도한 바 있다. 용산철거민 진압현장, 쌍용자동차 진압현장에서 이미 드러난 바와 같이 SJM 폭력사태에서도 우문수 안산단원경찰서장을 비롯한 경찰은 단순한 직무유기의 수준을 넘어 역할분담을 교류하고 사용자와 용역의 폭력행위를 적극적으로 방조하는 형국에 이르고 있다. 경찰에 대한 ‘관작업’과 경찰의 역할 분담에 따른 폭력 방조의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사용자와 경찰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지 않는다면 용역폭력행위는 재발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노사관계 정치이슈화보다는 해결책 마련에 집중해야”

 남용우
한국경총
노사대책본부장

개별 기업의 노사관계는 법과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노사자율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쌍용차 정리해고와 SJM의 컨택터스 용역폭력 청문회를 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부와 사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데, 자칫 정치 이슈로 비화된다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쌍용차가 부채비율을 부풀려 정리해고를 했다면서 문제를 제기하는데, 구조조정은 부채비율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20만대씩 팔리던 차가 2만대밖에 나가지 않고 현금 유동성도 악화하는데 종업원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기업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쌍용차 정리해고자 몇몇 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에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기업이 정상화돼 정리해고자와 무급휴직자들을 다시 고용(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선결과제다. 국회 환노위가 이왕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면 쌍용차 문제를 정치 이슈화를 하기보다는 기업과 정리해고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컨택터스 폭력사건도 마찬가지다. 일부 폭력사태만 크게 부각하면서 기업이나 용역경비업체 모두를 범법자처럼 몰아서는 안 된다. 막대한 돈을 들여 용역경비를 고용하는 것은 기업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노조가 파업을 넘어 주요 공장시설을 점거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권력도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경비업체가 등장한다. 정치권이 폭력사태를 정치이슈화하기 보다는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까지 논의하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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