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규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위원장

"정부가 국민에게 위임받은 주주권을 부도덕하게 행사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 강행은 특정기업에게 합법적인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밑 빠진 독에 세금만 붓는 물주가 되지 않으려면 급유시설 민영화가 어떻게 귀결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강용규(44·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 강행에 맞서 시민들에게 관심을 호소했다. 강 위원장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 공기업연맹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정부가 인천공항 급유시설 등 국민의 재산 중 수익이 나는 알짜배기만 골라 민영화를 강행하는 오기를 부리고 있다"며 "공공부채가 늘어 국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공공부문 부실을 낳아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천공항 급유시설은 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에게 항공유를 정제하고 기름을 넣어주는 완전 독과점 시설물이다. 대한항공 계열사인 한국공항(61.5%)과 인천공항(34%), 지에스칼텍스(4.5%)가 기부체납을 조건으로 만들었으며, 11년 동안 독점으로 급유해 매년 200억원이 넘는 수입을 거둬들이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애초 계획은 이달 13일 투자비 회수를 위해 보장된 민간 운영기간이 끝나면서 공영화될 예정이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에 용역 발주한 ‘인천공항 민자시설 처분방안 연구’에서도 "급유시설은 필수서비스로 그 이익이 공항시설에 재투자되도록 공공기관이 운영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국토부가 갑작스럽게 민영화를 추진해 특혜의혹이 불거졌다. 정치권 등에서는 "재차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대한항공에 또 운영권을 주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최근에는 급유시설의의 한 임원이 ‘대한항공 사전 내정설’을 주장해 파면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정부가 급유시설 민영화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급유시설 민영화 이유로 민간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1년간 민간이 운영한 결과 부당이익을 취득해 감사원에 적발되고, 항공유를 외국항공사에 비싸게 팔다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해외 주요 공항에서는 급유시설을 공공부문이 소유·운영하거나, 민간이 운영에 참여하는 경우라도 민간부문 구성의 다양화를 통해 공적 특성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강 위원장은 "국토부는 지난 2009년 인천공항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민자업체인 인천공항에너지가 부채 1천400억원에 이르면서 부실화되자 이를 인천공항공사에 떠넘겼다"며 "수익성 있는 사업은 특정 재벌에 넘기고 부실한 사업은 공공부문에 미루며 정부가 국가자산을 잘못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인천공항을 국제 임대사업자로 전락하게 만들어 버리려 한다고 우려했다. 강 위원장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으로 공항산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핵심 기술과 시설에 대해 외주화를 추진해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급유시설 민영화는 국민 경제는 물론 공항산업 발전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9대 국회에 국가 자산 매각시 국회 승인을 받게 하는 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강 위원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의 재산인 공공부문이 정치적 이해 관계에 의해 행정부가 매각을 하려해도 현재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며 "행정부가 국가 재산을 매각할때는 반드시 국민과 국회 동의를 얻게 하는 법안을 마련해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고 국부유출을 막자"고 제안했다.

그는 끝으로 “공공기관의 주인은 국민으로 국가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주주권을 대신 행사하는 것 뿐”이라며 “국민은 국가가 공공부문 사업을 올바로 운영하는지 감시관리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22일 사업설명회를 갖고 다음달 4일 입찰참가 등록을 마감해 민간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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