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연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법률원
대전충청지부)

대전시에는 여성가족부와 시의 지원으로 설립돼 한 기독교단체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청소년상담지원센터’라는 기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만 9세부터 24세까지 청소년·청년들에 대한 상담은 물론 보호와 긴급구조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센터 소장의 부당한 인사발령과 폭언·폭행에 시달리다 지난해 12월 노조를 결성했다.

상담사들의 첫인상은 부드러웠지만 많이 지쳐 있었다.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밤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당신들은 두 다리 뻗고 잠이 오냐”는 센터 소장의 말이 비수가 돼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잠도 자지 말고 연장·야간 노동을 하며 상담실을 지키라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고,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이라는 이중 삼중의 고리에 갇혀 헌신성과 봉사정신만 강요받아 왔다. 종교적 가면 속에서 현장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리 없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위탁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였다. 근로기준법도 준수하지 않고 근로감독도 이뤄지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감정노동자이기도 하다. 감정노동자들은 정신적·육체적 노동 외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억제해야 하는 노동자들이다. 감정노동자는 제품판매 노동자부터 은행원·승무원·전화상담원·골프장 경기보조원·과외교사에 이르기까지 그 직종도 매우 다양하다.

상담센터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20여년간 우울과 불안, 마음의 소외와 폭력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세상에서 자신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도록 돕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정작 현장을 지켜 온 자신들의 인권은 제대로 지켜 내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노조 설립 이후에도 위탁법인과 센터 소장은 노조와 평행선을 달리며 일부 상담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소속 노동자들은 오늘도 건물 앞에서 피켓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우리는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 자신의 권리와 인권을 먼저 지키고자 합니다. 사무총장은 대화와 협상에 직접 나와 책임을 다해야 하며, 업무 정상화를 위해 즉각 정식 소장을 임명하고 상담원들이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 상담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위탁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길 촉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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