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한 분회장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청구성심병원분회)

지난달 27일 용역깡패를 동원한 자본가 사측이 SJM·만도 노동자들에게 가한 극악무도한 탄압에 경악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끊임없는 탐욕 앞에 고스란히 노출돼 투쟁 외에는 그 어떠한 저항의 수단을 갖지 못한 노동자들이 우리 곁에 참 많이 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만 하더라도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지부·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분회 등이 몇 해가 바뀌는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재능교육지부·쌍용자동차지부·콜트콜택지회·영남대의료원지부·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유성기업지회·KEC지회·시그네틱스분회·K2코리아지회·한국쓰리엠지회·JW지회·보워터코리아지회·한진중공업지회 등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장기투쟁하는 동지들이 많습니다.

97~98년 IMF 이후 시작된 청구성심병원 노동자들의 투쟁. 청구성심병원이 용역깡패를 동원해 상시적으로 노조간부를 폭행하고 취재하던 <매일노동뉴스> 기자를 폭행한 만행, 급기야 총회자리에서 똥물투척과 식칼테러를 자행해 11명의 노동자들이 병원으로 실려 간 사실은 기억하기조차 끔찍한 일입니다. 그 투쟁의 한가운데 중소병원 청구성심병원의 노조 지부장이었던 이정미 열사가 있었습니다. 열사가 노동탄압 분쇄·노동악법 철폐·정리해고 철폐·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던 십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노동자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정미 열사는 자본의 악랄한 탄압을 온몸으로 부딪혀 민주노조의 깃발을 사수하고, 그 굴레를 걷어 내고자 했습니다. 여성노동자·보건의료노동자·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로 살면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했던 이정미 열사의 뜻을 이어 가고자 2007년에 이정미 열사 정신계승사업회를 발족했습니다. 2008년에는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에 처음으로 이정미 노동자상을 드렸습니다. 2009년에는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에, 2010년에는 공공운수노조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지부에 이정미 노동자상을 드렸습니다.

또한 중소영세·여성·비정규사업장의 투쟁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기나긴 투쟁을 전개한 이랜드-뉴코아노조, 2010년에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동산병원 영양실분회와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지난해에는 성희롱과 해고를 당한 현대자동차비정규여성투쟁을 지원했습니다.

올해는 이정미 열사 6주기 추모제에 즈음해 2006년부터 노조파괴와 해고의 칼날, 무자비한 징계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6년째 투쟁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에 이정미 노동자상을 드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영풍그룹자본의 악랄한 탄압으로 두 번의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금속노조 시그네틱스분회의 투쟁을 지원했습니다. 조그만 힘이나마 동지들의 투쟁이 승리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정미 열사가 치열하게 투쟁했던 때보다 헤쳐 나갈 일들이 많은 오늘입니다. “힘들고 어렵게 싸우면서도 중소사업장의 투쟁을 힘이 닿는 한 지원하고 싶다”는 살아생전 열사의 말을 되새깁니다. 우리 함께 손 맞잡고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에 열사가 걸어간 발자국과 흔적이 다시 생각납니다.

앞으로 꼭 한걸음씩. 이 땅의 노동자들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내딛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정미 열사 6주기 추모제는 오는 19일(일요일) 오전 10시30분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진행됩니다.(청량리역 4번 출구, 오전 9시 버스 출발. 문의 : 010-3459-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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