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전국전력노조
위원장

1년6개월의 내홍을 겪었다. 지난해 1월 치열했던 3파전 선거를 이긴 이용득 위원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투쟁과 이명박 정부 심판을 전면에 내세우며 힘차게 출범했다. 하지만 노조법 개정, 지역 및 산별 조직과 정치적 이해를 달리하면서 산하조직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됐다. 그 결과 집행부와 산별, 지역 갈등이 시작돼 올해 정치방침 결정 과정에서 심각하게 대립하게 됐다. 이번 사태는 이용득 위원장이 지난 7월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사퇴하면서 외형적으로 봉합되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 힘을 모으지 못하고, 정치방침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민주적으로 결의를 해야 할 때 그 결의를 조직적으로 담보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의 시작과 끝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지난 1년간 노정관계는 물론 한국노총의 당면한 사업과 현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현장과 조합원은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이용득 위원장의 사퇴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위원장이 사퇴 담화문을 통해 “한국노총의 모든 잘못된 것들을 총체적으로 책임지고 모든 것을 제가 안고 한국노총 위원장직을 사임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앞으로 구성될 한국노총 지도부에 대한 산별과 지역, 현장의 결의가 담보돼야 한다. 전 조합원 총의가 모아지는 지도부가 구성될 때 한국노총의 갈등이 해소되고, 현안을 비롯한 사업들도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노총의 선거 일정이 가시화되면서 새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여러 인물들이 자천타천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 같다. 필자 또한 지난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경력 탓인지 소위 ‘간’보는 사람들이 직접 전화를 하기도 한다. 현장에서도 심심찮게 필자가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

한국노총의 현재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 조합원의 총의를 담은 지도부를 출범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서 선거 일정을 되도록 빨리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선거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선거를 해야 된다. 현장 정서가 왜곡되거나 선거를 앞세워 담합하는 이중 행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만약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오히려 지난 몇 개월보다 더 심각한 갈등이 벌어져 한국노총은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노총의 내부 움직임이나 떠돌고 있는 ‘말’들을 종합하면 희망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것이 단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용득 위원장 사퇴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지도부 일원과 일부 산별대표자들이 차기 집행부 구성을 놓고 여러 가지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신빙성 있게 제기되고 있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노총의 지도부를 몇몇 사람의 거래로 결정하는 것은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노조 선거를 형해화시키는 비민주적 행위이자 조합원을 기만하는 행위다. 또 한국노총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폭거에 다름 아니다. 백 번 양보해 한국노총의 조직적 단결을 이뤄 내고 정치방침을 힘 있게 고수하며 이를 통해 노조법 개정을 비롯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도 몇몇 사람의 거래가 아니라 전 조직의 결의를 담보하는 ‘공론의 장’을 통하는 것이 현장의 기대를 충족하는 길이다.

이제는 한국노총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적 단결을 이뤄 내야 한다. 새 지도부 구성이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는 계기가 돼서는 결코 안 된다. 때문에 모든 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산별과 지역이 공론의 장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조직적 단결을 이뤄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필자 또한 당연히 동참할 것이다. 아울러 대승적 결단도 기꺼이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노총의 발전과 현장 조합원을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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