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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마키아벨리의 정치관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정치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무자비하게 드러낸 것으로 잘 알려진 마키아벨리의 관점으로, 그간의 진보정치를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에 따르면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이다. 참여자들의 기대수준은 과도하게 높고 쉽게 실망한다. 기득권을 가진 정파가 권력 자원을 약탈하는 것이 방치되면 안팎으로부터의 불만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혁신은 피해자를 낳고 이들이 느끼는 적대감은 수혜자들의 만족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협적이다. 따라서 강력한 통치를 통해 초기 질서를 세우지 못하는 신권력은 파멸한다.

초기 질서를 세우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내부 다툼을 동반한다. 다툼은 피할 수 없고,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최소 희생으로 승리할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유리할 때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요행을 바라거나 타 세력의 호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항상 자신의 부대를 신뢰하고 적극적 의지를 극대화할 생각을 해야 한다. 초기에 강력한 통치가 잘 이뤄졌다는 것은, 그 뒤에는 그런 통치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된다는 데 있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은 그런 조치를 제때 못해 손에서 칼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신질서에 저항하는 파괴세력은 아주 짓밟아 뭉개 버려야 한다. 인간이란 사소한 처벌에 대해서는 보복하려 들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복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혜택은 조금씩 베풀어야 그 맛을 더 많이 느끼는 반면, 강력한 조치는 일거에 저질러야 하며 그래야 그 맛을 덜 느끼기에 반감과 분노를 작게 일으킨다. 이때 신권력은 정파가 아닌 일반 민중에 토대를 둬야 한다. 민중이 지향하는 바는 순수하고 고결하다. 정파는 자신만의 배타적 이익을 원하고 민중들은 단지 불공정한 처우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공정하게 통치해서 정파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민중을 만족시킬 수는 있다. 민중을 토대로 통치하는 법을 알며, 역경에 처해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기백으로 민중이 사기를 잃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지도자만이 성공한다. 기회주의적 정파들은 그들의 비겁함 때문에 위험하다. 권력을 추구하는 정파들은 그들의 적극성 때문에 위험하다. 현명한 지도자는 이런 정파세력을 이용하는 것을 피하고, 정파를 이용해 통치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부대로 패배하는 것을 택한다. 관대함과 사랑으로 통치하길 권하는 사람이 많으나, 인간의 정치는 그런 미덕의 삶 위에 서 있지 않다. 인간은 부모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내 돈 떼먹은 자는 좀처럼 잊지 못하는 존재다. 선한 행동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파멸한다. 강력한 통치가 필요한 때를 놓쳐 무질서·분열·냉소·무기력증을 만연하게 하는 지도자는 최악이다.

전환기의 지도자는 짐승의 방법과 인간의 방법을 모두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여우와 사자의 방법이 중요하다. 사자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늑대를 물리칠 수 없는 바, 함정을 알아차리는 여우가 돼야 하고, 늑대를 혼내 주려면 사자가 돼야 한다. 인간이 모두 선하다면 이런 정치관은 옳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지도자는 공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숨은 의도를 가지고 담대하게 실천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정치 지도자에 대해 사람들은 의도의 선함보다 결과에 주목한다. 강력한 통치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굳건히 세우고 사람들로 하여금 헌신과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그리하여 더 이상 강력한 조치가 필요 없는 정치를 만든다면 그가 어떤 수단을 사용했든 칭송받는다. 제대로 된 지도자라면 남 탓이 아니라 자신의 무능함을 탓해야 한다. 누군가가 자기를 잡아 줄 거라고 기대하면서 넘어져서도 안 된다. 정치의 수호신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정치가를 좋아한다. 민중들은 그런 정치가를 위해 늘 준비돼 있다. 정치에서 모든 잘못은 지도자의 유약함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정치에서 대부분의 불행은 그런 지도자가 없다는 데 있다.

혹자는 이런 정치관을 경멸할지 모르겠다. 누구도 이런 정치관을 내놓고 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이룰 수 있는 정치적 성취는 거의 없다. 착한 주장으로 자신을 감싸고 나쁜 성과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하는 동안, 진보가 없는 정치가 현실로 굳어진다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parsh0305@gmail.com)

박상훈  parsh03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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