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정리해고 실태 분석결과 발표 및 당사자 증언대회에서 윤민례 금속노조 시그네틱스 분회장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리해고는 직장공동체를 파괴합니다. 미래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한다면 대한민국 어떤 사업장에서 정리해고를 못하겠습니까. 우리가 투쟁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민주노총이 9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정리해고 실태분석 결과 발표 및 당사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이달 말 정리해고 철폐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윤민례 금속노조 시그네틱스분회장·김득의 흥국생명 해복투 간사가 정리해고자로 나서 증언을 했다. 김득의 흥국생명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간사는 "아들이 흥국생명에 입사해 정리해고되는 꿈을 꿨다"며 "정리해고가 아들에게 세습될까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해외 공장이전 위한 정리해고, 콜텍=(주)콜텍은 2006년 12월 중국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회사는 이듬해 1월부터 전체 조합원 20%에 해당하는 15명에게 배치전환을 요구했다. 이때부터 노사 간 첨예한 대립이 시작됐다.

회사는 2007년 4월9일 기습적으로 폐업을 전제로 휴업을 실시한다고 공고했다. 출입문과 현관문을 열쇠로 잠그고 노조사무실 출입문마저 봉쇄했다. 콜텍은 같은해 7월 관리부장을 대표자로 정정해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했다. 이후 콜텍지회는 송전탑 고공 단식농성과 본사 점거농성, 6차례에 걸친 독일·일본·미국 해외 원정투쟁을 진행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올해 2월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없으므로 해고는 무효"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심리 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해고는 살인이라는 것을 법을 만드는 사람과 집행하는 사람들이 알고 정리해고제를 반드시 철폐해야 한다"며 "더 이상 정리해고로 고통 받는 노동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규직 제로 공장' 위한 정리해고, 시그네틱스=시그네틱스 여성노동자 28명은 지난해 7월 전원 해고됐다. 2001년 공장 이전 투쟁 과정에서 조합원 전원이 해고되고 2007년 복직됐다가 또다시 전 조합원이 해고된 것이다. 시그네틱스의 2010년 영업이익은 196억원, 지난해 반기영업이익은 149억원이었다.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기 3개월 전에는 파주공장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하고 신규인력을 채용했다.

윤민례 시그네틱스분회장은 "노동자들을 전원 해고한 배경에는 영풍그룹의 '정규직 제로' 인력운용 방향이 있다"며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정리해고가 아니라 생산라인 전체를 도급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의도적 해고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시그네틱스 안산공장에는 2009년 퓨렉스라는 사내하청이 들어왔는데, 이듬해 물량이 퓨렉스로 대량 이동했다. 2010년 유앤씨라는 또 다른 사내하청이 설립됐다. 유앤씨의 대표는 분회와 교섭을 진행했던 시그네틱스 부사장이었다. 윤 분회장은 "영풍그룹의 불법적인 위장 사내하도급은 비단 시그네틱스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미래경영상 이유로 해고된 흥국생명 노동자=흥국생명은 2005년 1월 미래경영상의 이유로 21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98년 3천400명이었던 직원은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2004년 500명으로 줄었다. 반면에 흥국생명은 98년 25억원에서 2003년 550억원, 2004년 263억원으로 매년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선정한 희망퇴직 대상자 220여명은 퇴직을 당했다. 이를 거부한 21명은 정리해고됐다. 정리해고자들은 대법원에서도 부당해고로 인정받지 못했다. 법원은 "2004년 당기순이익(263억원)이 전년도(550억원)보다 대폭 감소했다"며 긴박한 경영상 이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흥국생명은 정리해고 당시 293억원짜리 부동산을 매입해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상황이었다. 부동산 구입비용을 당기순이익에 반영하지 않았으면 당기순이익은 556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증가한다.

김득의 해복투 간사는 "흥국생명의 정리해고는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그룹 오너가 직접 진두지휘했고 이례적으로 검찰에서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약식기소했다"며 "정리해고는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악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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