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욱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1. 노동자에게 여전히 법은 멀다.

필자는 지난 1월 매일노동뉴스 본 기고란에 글을 쓰면서 “법의 과잉 시대”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아직도 현실은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운 시대인가 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본가에게는 법과 주먹이 모두 가깝지만, 노동자에게는 법은 멀고 주먹만 가까운 것 같다.

2. 만도와 SJM의 직장폐쇄와 경비용역 투입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상세히 보도돼 매일노동뉴스 독자들은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달 27일 금속노조 사업장인 만도와 SJM에 용역이 대거 투입됐다. 특히 SJM에서의 무차별적 폭력은 거의 살인에 가까운 수준이다. 따라서 경비업체 컨택터스에 의해 자행된 무차별적인 폭력에 관계된 자들은 모두 엄중하게 처벌돼야 한다.

그런데 '물리적 폭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만도의 경우는 문제가 안 되는 것일까. 만도의 경우도 당연히 위법하다. 이는 직장폐쇄 문제 이전에 법질서의 일반적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정부가 줄기차게 외쳐 대는 법치주의는 사인(私人)이 아무리 실체적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서 자력구제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3. 직장폐쇄=용역투입?

직장폐쇄가 쟁의 중인 조합원들을 사업장에서 몰아내는 권원인 것처럼 잘못 이해되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고용노동부가 잘못된 해석을 해 온 것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대법원이 직장폐쇄의 효과로서 그러한 권원의 존재를 일응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일단 인정한 전제에서 보더라도 현재의 상황은 부당하다. 즉 소위 물권적 지배권의 전면회복이라는 직장폐쇄의 효과를 가정하더라도 직장폐쇄를 이행하는 방법은 먼저 직장폐쇄의 대상자에게 직장폐쇄를 통보해 자발적 퇴거를 요구하고, 불응시 그에 따른 법적 절차(퇴거청구 등)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경비용역들을 동원해 몰아내는 방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직장폐쇄=경비용역 투입'을 거의 등식화해 직장폐쇄시마다 대거 경비용역을 투입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조합원들을 두들겨 패서 겁을 주고 쟁의행위를 흔들어 보고자 하는 의도 외에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4. 기본권인 쟁의행위는 엄격하게, 기본권도 아닌 직장폐쇄는 너그럽게 해석?

직장폐쇄는 쟁의행위가 아니다. 헌법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게만 쟁의권을 부여했다. 직장폐쇄는 기껏해야 쟁의대항행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헌법상 부여된 기본권인 쟁의행위에 대한 법원의 해석과 그러한 기본권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직장폐쇄에 대한 법원의 해석을 보면 억울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대법원은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주체·목적·절차·수단이 모두 정당해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다. 물론 형사 업무방해죄에 있어 대법원의 입장은 지난해 일부 변화(대법원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가 있었다. 그러나 민사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쟁의행위는 일단 위법하고 위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비로소 적법하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노동조합측에서 위 4가지 요건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사용자측의 쟁의대항행위인 직장폐쇄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그 적법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경우보다 노동자측에서 그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쟁의행위에 대한 법원 입장에 따르면 쟁의행위 수단이 위법하면 그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쟁의행위가 전부 위법하게 되는데, 이번 사건과 같이 직장폐쇄의 수단으로서 무차별적인 폭력이 행사된 경우에도 직장폐쇄 자체를 위법하게 판단해 줄지는 미지수다.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봐야 하는 것이 법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이 나라 법원은 다른 것(쟁의행위 vs 직장폐쇄)을 다르게 보고 있기는 한데 엉뚱하게 다르게 보고 있다. 즉 쟁의행위는 엄격하게, 직장폐쇄는 너그럽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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