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지난 7월 마지막주, 하계휴가 전날, SJM과 만도에 10시간 차이로 용역깡패가 투입되고 직장폐쇄가 이뤄졌다. 경주 발레오만도에서부터 대구 상신브레이크·구미 KEC·충청 유성기업을 거쳐 이제 경기 SJM과 전국 사업장 만도에 민주노조 와해 시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SJM은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핵심 사업장이다. 만도는 가장 큰 부품사 사업장으로 완성차지부와 가장 유사한 노조다. 이번 사태는 금속노조 경남부터 지역지부의 핵심 사업장을 파괴해 온 흐름의 종착지로 볼 수 있다. 대공장 사업장에서도 얼마든지 자본이 금속노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선전포고라 할 만하다.

배후에 현대자동차의 노무전략이 있었다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현대차를 매개로 하지 않는 이상 SJM과 만도는 서로 관계없는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SJM은 현대차의 관리 아래 배관시스템(마후라) 제조업체에 벨로우즈를 납품하는 업체다. 만도는 제동장치·조향장치·서스펜션 제조업체다. 전혀 관계없는 두 사업장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용역깡패와 직장폐쇄가 한날 시간차를 두고 진행됐다. 양재동(현대차 본사) 노무팀의 작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발레오만도 직장폐쇄 때 현대차와 발레오만도가 바이백(중국산 역수입) 제품에 대해 미리 협의를 끝냈던 일, 유성기업 직장폐쇄 수일 전부터 아예 현대차 노무팀에서 유성기업에 상주하며 용역깡패부터 노무사까지 대줬던 일은 유명하다. 올해 7월27일 익산·평택·문막·안산·시흥에서 한날 발생한 일 또한 비슷한 정황들이 많다.

최근 노골적으로 진행 중인 현대차의 부품사 민주노조 와해공작은 현대차와 부품사 자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대차의 생산방식은 강한 부품사 노조에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는 2000년대부터 부품공급의 시간과 순서까지도 통제하며 재고를 최소화하는 직서열 방식 생산을 확대해 왔다. 그런데 현대차 입장에서 문제는 라인이 공장 밖으로 확장됐다고 볼 수 있는 직서열 생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청기업에 대한 안정적 노무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차는 금속노조에 있는 1차 부품사조직에 대한 통제를 원했다. 최근 몇 년간 금속노조 지역지부 핵심 사업장에서 벌어진 노조 와해공작은 이명박 정부의 노동배제적 노사관계 정책을 배경으로 현대차의 하청기업 노사관계 개입이 극단적으로 확대된 사례다.

그리고 올해의 경우 수년간 무쟁의 상태였던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쟁점으로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서고 있는 점이 현대차로 하여금 더욱 공격적으로 부품사노조 공격에 나서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대공장 기업지부인 만도에 어용노조가 쉽게 조직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현대차·기아차지부에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주간연속 2교대 시행 사업장이자,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대표 사업장인 SJM에 용역깡패를 동원한 직장폐쇄는 금속노조 전체 임단협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현대차·기아차지부에 대한 협박이자, 고립 전략인 셈이다. 현대차 사측이 올해 케피코·위아·메티아 등 계열사 노조의 요구를 예전과 달리 매우 빠르게 수용하며 그룹 내에 두 지부 임단협만 남겨 뒀다는 점은 이러한 전략이 단지 추측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부품사 자본 입장에서도 현대차의 이러한 전략은 이득이다. 강한 현장통제력과 경영감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노동조합은 자본에게 눈엣가시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경제위기 이후 대부분의 부품사들이 취하고 있는 기업재편 전략에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2008년 만도를 재인수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만도를 다시 그룹에 통합시키기 위해 재무 ·내부거래 관계에서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2010년부터는 공개적으로 노조에 대해 반감을 표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아예 지부장에 대한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조가 요구한 깁스코리아 인수가 경영권 침해라는 것이 직장폐쇄의 표면적 이유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라그룹이 만도 재통합을 하는 것에 노동조합이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금속노조에 대한 공격적 태도는 큰 힘이 됐다.

SJM 사태 역시 2010년 지주회사 설립 이후 변화된 기업 상황이 배경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해외공장과 비제조업체가 막대한 배당을 챙기는 구조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노동조합은 와해시켜야 할 대상이다. SJM 경영진은 현대차가 힘까지 실어 주니 대놓고 경찰도 무시하며 용역깡패를 동원해 공장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현대차의 필요를 배경으로 공격적으로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고자 했던 부품사 자본. 이 모든 것이 시장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정부. 이들의 공모가 7월27일 사태의 배경이다. 그리고 양재동 노무팀이 이 모든 기획을 주도했다. 현대차 자본의 금속노조 와해공작이 점점 더 확대될 것임을 예상케 한다.

금속노조는 이제 뒤로 물러설 자리가 없다. 15만 금속노조의 명운을 건 투쟁을 펼쳐야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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