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강
통합진보당
정책전문위원

‘민영화(사유화)’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을 차지한다.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부들은 공공기관의 운영권이나 소유권을 민간에 지속적으로 넘겨 왔다. 공기업·국유은행·공공시설(공항·철도·발전시설·상하수도 시설) 가운데 많은 부분을 이제는 민간이 소유하고 운영한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도 80년대부터 민영화를 꾸준히 추진했다. 먼저 은행이, 다음에는 공기업들이 민간의 손에 넘어갔다. 이명박 정부는 공항·철도·상하수도 시설까지 민영화하겠다고 한다.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민영화가 오히려 끔찍한 초대형 사고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 정부들은 아랑곳 않은 채 민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영화가 대자본가에게는 이윤획득의 기회를 넓혀 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을 넘어 공권력까지 하도급(민영화)의 대상으로 삼는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라크전쟁을 다룬 ‘3조달러 전쟁’이라는 책에서 그러한 현상을 보여 준다. 미국 국방부는 이라크전쟁에서 과거 군인들이 수행하던 여러 임무를 민간업체들에게 위탁했다. 이 업체들은 식량보급·시설건설 등 단순한 지원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전략적 임무도 수행한다. 여기에는 포로·용의자 심문, 폭탄 제거, CIA를 위한 비밀 정보수집, 고위관리 무장경호, 나아가 이라크 민병대를 상대로 하는 전투 등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부시 정부의 부통령이던 딕 체니가 운영하는 핼리버튼은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정부와 수백억달러의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핼리버튼에 고용된 용역인원들은 미군부대 외곽을 지키고 이라크 민병대를 상대로 전투를 벌였다.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미군(정규군)과 이라크 민병대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핼리버튼은 용역인원 1인당 약 10만달러의 연봉을 지급했는데 정부를 상대로 해서는 그 다섯 배의 금액을 받아 냈다. 어마어마한 폭리다. 다인코프나 블랙워터 같은 경호업체들도 하도급을 통해 거액을 챙겼다. 계약은 입찰경쟁 방식이 아니라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 업체들은 독점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사실 군사예산을 통한 이윤획득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군산복합체’라고 이름 붙인 군수업자와 고위 군인들은 군수조달 예산을 늘릴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렇지만 과거 군산복합체의 요구는 대체로 군수조달 예산의 증대에 머물렀다. 군수업자들에게는 정부의 납품 수량과 단가, 그리고 조잡한 납품상품 제작 등을 통한 납품원가 인하가 문제였다. 오늘날에는 전투 자체가 업체들의 이윤획득 대상이 됐다. 물론 과거에도 군대는 요리·청소·군사시설 건설 등 분야에서는 하도급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전투는, 중세의 용병제도 이후에는, 하도급의 대상에서 떨어져 있었다.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전투의 하도급은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낸다. 첫째, 전투예산을 높인다. 군인 한 명보다 용역회사 인원 한 명에 대한 예산이 훨씬 크다. 물론 그 때문에 용역회사들은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기지만 말이다. 또한 군대보다는 용역업체의 보수가 약간 더 높은데, 그 때문에 우수한 군인들은 용역업체로 빠져나간다. 이렇게 해서 정규군과 민간 용역인원 사이에 일종의 경쟁이 생겨나는데, 이 때문에 전투요원들의 몸값은 더욱 높아진다. 둘째, 정규군과 달리 용역인원들은 전투규칙 등을 면제받기 때문에 훨씬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이다.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거세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용역들의 횡포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컨택터스 문제로 사회가 요란하다. 컨택터스는 민간 군사기업을 표방하면서 실제로 막강한 군사장비도 갖췄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컨택터스는 (노동자들에 대한) 전투를 대행했다. 컨택터스가 현재는 민간기업의 돈을 받아 용역을 수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공권력을 위탁받아 전투를 수행하지 말란 법도 없다. 경찰력이나 군대의 위탁(민영화) 단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두고 볼 일이다.

통합진보당 정책전문위원 (lin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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