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서 소마비아 ILO사무총장은 직장에서의 남녀평등이 ILO의 목표중의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제시한 통계가 눈길을 끈다. 전세계 노동조합원 중에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0%라고 한다. 그런데 노조 위원장들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동안 남녀고용평등 요구를 제기해온 쪽인 노동조합운동 진영도 이 정도니 세계적으로 직장에서 여성차별의 벽이 얼마나 두터운지 알만한 일 아닌가.

여성이 직장내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것은 굳이 증거를 열거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많다. 분명 세계인구의 절반은 여성일터인데, 지도급 인사의 자리엔 여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세계적인 대기업의 최고영영진에 중에 여성의 비율은 1∼3%, 각국 의회의 13%만이 여성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99년기준으로 47.4%다. 선진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미국이 60.0%, 캐나다가 58.9%, 덴마크가 73.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는 일본 정도가 49.6%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모성보호나 직장여성을 위한 제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외국과 비교해보면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의 부담이 가장 큰 연령대인 25∼34세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이 낮게 나타난다.

25세∼34세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50.2%에 불과한데 비해 미국은 76.4%, 덴마크는 85.5%다. 우리와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이 비슷한 일본도 이 연령대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63.6%에 이른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여성들이 결혼을 하면서 임신, 출산, 육아의 부담을 사회적으로 책임질 시스템이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워본 부모들이면 거의 대부분 공감하는 문제다. 여성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 그때부터 직장에서 눈치를 보기 시작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산전·산후 휴가를 다 쓰는 것도 눈치를 봐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도 아이 맞길 곳이 마땅치 않아서 직장을 그만둘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이런 부담은 대부분 여성들의 몫으로 떨어진다.

직장 여성들의 부담은 이 밖에도 많다. 지난 IMF 때도 부부가 같은 직장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또는 맞벌이 부부라고 하는 이유로 여성을 명퇴 대상에 포함시키는 사례들이 나타나곤 했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승진하는데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들을 '유리천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그 유리천장 두께는 만만치 않다. 지난 번 한 대기업에서 여성과장을 대거 승진시켰다는 것이 뉴스가 됐던 적이 있다. 여성이 대거 승진하는 것이 뉴스가 될 정도로 여성이 고위직에 승진하는 것은 드믄 사례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번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직장내에서 여성들의 차별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세계은행이 낸 보고서에 의하면 여성의 권리증진과 교육에 대한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국가일수록 빈곤도가 낮고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며 부패지수도 낮았다고 한다. 반대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많은 나라일수록 빈곤과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남녀고용평등, 그것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행복을 주는 길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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