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중소 영세상인들이 지난달부터 유통명가인 롯데그룹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명분은 카드수수료 인하 문제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면 유통재벌들의 시장독식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상인들은 어렵사리 유통산업발전법을 만들어 재벌유통사들의 전횡을 막을 최소한의 단초를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의무휴무제 등 유통상생 관련 조례를 만들어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재벌들은 그 꼴을 못 보고 강제휴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최근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5개사는 지자체의 강제휴무에 반발해 제기했던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들 재벌유통사들이 강제휴무를 반대하면서 내세운 논리 중 하나는 “지역 고용창출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것이었다. 영업시간 제한에 강제휴무까지 시행되면 지역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소리다.

그러나 그동안 재벌유통사들이, 특히 도심 곳곳에 들어선 대형마트들이 고용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형마트는 대개 정규직 직원을 100여명밖에 고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운다. 비정규직도 모자라 납품업체 직원들까지 끌어다 쓴다. 대형마트들은 정규직원 부족에 따른 업무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약관계상 ‘을’인 중소 납품업체 직원들을 적극 활용한다. 이마트는 올해 매장당 협력사원수가 3만7천여명에 달하는 등 대부분의 업체가 인력의 절반 이상을 납품업체 직원에 의존하고 있다.(한국일보 7월19일 14면, <대형마트들의 거짓말 “지역 고용창출”>)

이들 대형마트들은 정규직 1인당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도 직원들 인건비가 아까워 비정규직을 계속 늘려 왔다. 롯데마트는 2006년 직원수가 매장당 193명(비정규직 포함)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5년간 74명이나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더 심해 2006년 매장당 208명이던 직원이 지난해 10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마트도 정규직은 매장당 102명에 불과한 반면 비정규직은 그 배가 넘는 260명에 달했다.

전국에 95개 점포를 두고 있는 롯데마트는 올해 상반기 말 전체 직원이 1만1천443명으로 점포당 120명인 가운데 절반이 넘는 7천160명이 비정규직이었다. 2006년 이후 대형유통업체의 매장당 정규직 직원수는 신세계백화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줄어들었다.

대형마트들은 떼돈을 벌면서도 그동안 고용창출은 외면해 왔다. 연구자들도 대형마트의 고용창출 효과가 재래시장과 지역 중소상가의 고용보다 훨씬 못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고용창출이 전통시장의 31%에 불과하다.

이런데도 재벌유통사들은 고용을 이유로 내세우며 독식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후안무치를 넘어 폭력적이다. 한국일보는 이 같은 사실을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6개 대형 유통업체의 사업보고서를 입수해 최근 6년간 직원수 현황을 분석해 보도했다.

작은 노력으로도 재벌유통업체의 거짓말을 쉽게 밝혀냈다. 그런데도 우리 언론은 대부분 대형마트의 논리에 귀 기울이거나 소송의 결과를 건조하게 다룰 뿐이다. 중소상인들의 목소리를 담는 방식은 그들을 더 많이 인터뷰하는 게 아니라, 이런 발품을 많이 들인 기사를 쓰는 거다. 더 자주 이런 기사를 봤으면 한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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