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18 금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시론
병원 식당의 ‘풍선효과’
풍선효과라는 말이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 비정규직 채용실태를 비꼬는 용어다. 기간제나 파견노동을 규제하자 도급이나 용역이 위장된 형태로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채용기간 2년 후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나 파견노동보다 하도급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고용부담을 느끼는 직접고용보다 간접고용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면 한 사업장에는 원청 노동자, 하청 노동자, 재하청 노동자가 섞여 일하는 풍경이 연출된다.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병원 식당이다.

급식업체 소속의 영양사와 조리사는 밥과 국을 조리하고, 하청업체 조리보조원은 반찬을 만든다. 환자들에게 음식을 나르는 급식도우미도 하청업체 직원이다. 외주화한 병원은 이를 감독한다. 병원은 애초 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하다 외환위기 후 급식업체로 외주화했다. 병원 식당의 고용형태는 마치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청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변형됐다. 하지만 급식업체의 영양사와 조리사는 음식의 조리와 검식 그리고 배식의 전 과정을 관리·감독한다. 조리사와 조리보조원이 밥과 반찬을 따로 만들었다고 해도 조리사가 이를 지휘 감독한다. 이를테면 조리사와 영양사가 하청업체 직원을 지휘·감독한 것이다. 급식업체가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을 한 셈이다.

이런 불법행위에 앞장선 곳은 중소영세기업도 아니다. 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이씨엠디 등 널리 알려진 대기업 급식업체다. 같은 대기업 급식업체인 삼성에버랜드와 신세계푸드는 영양사와 조리사를 직접 채용하지 않고 조리업무 전체를 도급하면서 불법파견 혐의를 교묘히 피했다.

대기업 급식업체는 불법임을 알면서도 버젓이 이를 외면했다. 음식 조리업종은 노동자 파견이 허용된 32개 업무 중에 하나여서 합법적인 파견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대기업 급식업체는 꼼수를 부렸다. 파견법상 파견노동자는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 의무를 져야 한다. 또 동일업무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또는 복리후생에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대기업 급식업체는 이를 회피하려 한 것이다. 때문에 병원 식당에선 대기업 급식업체의 불법과 편법이라는 풍선효과가 만연했다.

위장도급의 축소판인 병원 식당의 사례는 예외가 아니다. 전 산업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상시업무 직접고용 원칙’이 무너지면서 기업들이 사내하도급을 선호해 온 탓이다. 대기업의 비정규직 규모는 지난 2008년 기준 전체 노동자의 17.3%에 불과하지만 사내하도급을 포함할 경우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규모 급식업체와 같은 파견법 위반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비정규직 관련법을 무력화시키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처방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급식업체를 점검했던 것처럼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노동부가 최근 비정규직 분야 점검을 늘리고 있지만 기업 수는 타 분야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른바 ‘기획점검’에 그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근로감독만 해도 시정효과가 나타난다는 얘기도 있는 만큼 비정규직 분야 근로감독을 더 확대해야 한다. 근로감독을 할수록 위반업체가 늘어나는 영역도 바로 비정규직 관련분야다. 그런데 ‘솜방망이 처벌 탓에 기업들이 불법을 감수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를 불식시키려면 불법파견 경우 사법처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

제도개선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2006년에 제·개정된 비정규직 관련법은 풍선효과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여야는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사내하도급 활용을 억제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일각에선 파견과 도급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파견법 개정방안을 제안했다. 상시업무 직접고용 원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특별한 사유에만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사용사유 제한방안도 제기됐다. 사내하도급을 유지하되 원청 정규직과의 차별을 금지하는 정책도 제시됐다. 이렇듯 여야의 법 개정 방향은 윤곽을 드러낸 지 오래다. 국회가 이를 논의하고, 법 개정의 속도를 내는 일만 남았다.

병원 밥은 환자입장에서 먹거리이자 약과 같다. 밥과 반찬 따로, 원청과 하청 노동자 따로 노는 병원 밥을 환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없지 않나. 그렇다면 답은 정해진 것이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성국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우호 2012-08-17 12:44:59

    실제 ㅁl 모 딜러가 벗고 생생 라 0l 브
    전세계 12개국 동시 온라인 서비스하는 카ㅈㅣ노!
    단시간에 인생역전을 할수 있는 최고의 확률!
    첫입금시 무제한으로 10% 보너스드리구요
    새해에는 당신의 행운에 도전!
    (070)7893-2788<<상세하게 알려면 전화주세요~
    W W W.R O Y A L 9 0 0 0.C O M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