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지난 27일 새벽 SJM 사측이 용역경비를 동원해 농성 중이던 노조원들에게 살인미수에 버금가는 폭력을 가하고, 당일 오전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SJM 사측이 고용한 컨택터스라는 기업은 전투경찰 뺨치는 장비로 무장하고 새벽에 SJM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SJM 사측은 현행법에 정한 직장폐쇄 절차도 무시한 채 임원이 직접 나서 용역들을 진두지휘했다. 이 전 과정을 지켜보기만 한 경찰은 용역경비에 의한 폭력과 사측의 위법적 직장폐쇄가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자, SJM을 수사하겠다며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나서고 있다.

자동차 배관시스템 부품인 벨로우즈를 만드는 SJM은 국내외에서 꽤 알려진 기업이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지엠·포드·피아트·르노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에 배관 부품을 납품한다. 국내 안산·시화공장을 비롯해 남아공에 두 개의 공장이 있다. 말레이시아·중국에도 공장이 있다. 지난해 국내외 사업장의 총매출은 1천765억원이고, 21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수익률은 12%로 원청인 현대차(10%)보다 높다. 한국 자동차산업 기업 중 톱클래스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벌고 있는 SJM이 굳이 직장폐쇄·용역경비 투입이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써 가며 노조 파괴에 나선 것일까. 2010년 하반기에 진행된 그룹재편 과정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SJM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용호·김휘중 등 김씨 일가는 2010년 지주회사 SJM홀딩스를 설립하고 계열사들을 재편했다. 모기업인 SJM을 SJM홀딩스로 바꾸고 생산부문을 중심으로 현 SJM을 법인 분리하고, SJM을 주식시장에 재상장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회장 일가는 현재 주가 기준으로 약 270억원가량 재산이 늘어났다. 또한 회장 일가는 SJM홀딩스 지분 64%와 SJM 지분 21%에 대한 배당과 임원 급여 등을 통해 연 34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챙겼다. 지난해 SJM 한국법인의 영업이익이 29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회장 일가가 한국법인 전체보다 많은 이익을 챙겨 간 셈이다.

회장 일가의 엄청난 수입만이 문제가 아니다. SJM홀딩스의 지난해 수입 대부분은 계열사로부터의 배당금 수익인데, 한국칼소닉이라는 계열사와 티엔엔이라는 계열사가 수입의 90%인 65억원을 책임졌다. 한국칼소닉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으로 등록돼 있지만 김씨 일가가 임원으로 돼 있을 뿐인 종이회사다. 매출액 0원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잡수익’과 ‘금융수익’으로만 14억원 상당의 경상수익을 올린다. 티엔엔은 SJM 생산에 필요한 스테인리스 관련 재료를 수입하는 도매업체로 자산규모가 70억원 미만이라 공시 제외대상 기업이다. 어떻게 장사를 하고 이익을 남기는지 알 수 없으나, SJM과 100억원대의 거래를 하고 있다.

SJM은 2010년 5월 지주회사 체계로 변환한 이후 정상적인 제조업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감시가 덜한 비상장회사, 비제조회사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지주회사와 회장 일가에게 넘겨 주고 있는 것이다.

SJM 사측은 올해 예전과 다른 행동으로 노조를 자극해 왔다. 구조조정설을 유포하고, 외주화 계획을 흘리고, 중국공장에서 역수입된 제품을 일부 납품했다. 식당 종사자 및 사무직을 생산현장에 투입하는 등 노사합의로 돼 있는 사항을 무시하고, 고의적으로 노조를 자극했다. 그리고 전면파업도 아닌 부분파업을 빌미로 27일 새벽 용역경비를 동원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사실 사측의 동기는 매우 간단하다. 지주회사 설립 이후 이상해진 내부거래와 자금흐름에 대해 노조가 사사건건 문제제기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2010년 그룹 재편 과정에서 영입된 재무 및 구조조정 전문임원들이 기존 노사관계를 보다 공격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금속노조 와해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것이다. 회장님의 주머니를 더 채우려 경영현황을 감시하는 내부감시자 금속노조를 없애고, 회사에 순종적인 노조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여기에 올해 노사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어 금속산별을 흐트러뜨려 놔야 이득이 생기는 현대차 사측이 SJM 사측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을 것이다. 만도에도 용역경비 투입과 직장폐쇄가 단행된 정황은 부품사 전체를 관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조직이 개입됐음을 말해 준다. 충청 유성기업·대구 상신브레이크 모두 비슷한 경로와 이유로 금속노조를 탄압했다.

휴가 이후 금속노조는 경찰력 비호 아래 활개치는 용역경비, 부품사 자본의 추악한 탐욕, 현대차의 유무형의 금속노조 와해공작 등에 맞서 조직의 사활을 걸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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