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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제2조를 개정하라] 노동자를 노동자라, 사장을 사장이라 부르지 못하는…야당, 특수고용직 근로자성·원청 사용자성 인정하는 법률안 마련
▲ 건설노조는 지난달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며 파업을 벌였다. 정기훈 기자

#1. 이아무개(58)씨는 25년째 레미콘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장님"이라고 부르지만 이씨는 "노동자"라고 말한다.

87년 레미콘 운전대를 처음 잡았을 때 그는 레미콘 회사의 노동자였다. 10여년이 지난 97년 외환위기가 터졌다. 레미콘 업체들은 차량을 노동자들에게 팔았다. 노동자들의 신분을 '사장'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이씨는 레미콘을 실어 나른 후 받는 일당을 매달 모아 주는 '월급'을 타고 있다. 이른바 특수고용직(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다.

이씨만 그랬던 게 아니다. 다른 레미콘 운전기사 대부분이 특수고용직으로 일한다. 덤프·트럭·굴삭기 등 주요 건설기계 운전기사 대다수가 이씨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사장님이 됐다. 화물차주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퀵서비스와 택배·대리운전기사와 같은 새로운 직종에서 특수고용직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특수고용직은 250만명 규모로 추산된다.

노동자가 사장으로 … 급증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줄고 있다. 예전에는 노동자였던 사람들이 개인사업자 혹은 자영업자로 바뀌고 있다. 업주 대 업주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장인데, 노동조건·형태는 노동자와 유사해 '유사근로자'라는 말까지 생겼다. 겉만 사장이고 속은 노동자라는 뜻이다. 보통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특정 사업주에 대한 인격적·경제적 종속성이 강하다.

97년을 전후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특수고용직은 초기에 레미콘 운전기사 이씨처럼 위장된 고용형태를 띠었다. 사업주 종속성으로 보면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데도 기업의 비용절감이나 구조조정 목적에 따라 계약형식이 도급·위탁으로 바뀌면서 근로관계 자체가 부인돼 버리는 사례가 속출했다.

특히 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구조가 크게 변했다. 정규직 중심의 고용형태는 여러 유형의 비전형 근로관계로 대체됐다. 작업조직의 변화와 기술발전도 다양한 형태의 근로관계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간병원·수도검침원·방송작가·학원강사·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직종이 갈수록 늘고 있다.

낮은 임금에 고용도 불안 … 정부도 “보호해야”

정부는 올해 5월 "특수고용직 보호를 강화하겠다"며 산재보험 적용대상을 퀵서비스·택배기사까지 확대했다. 2008년 보험설계사·레미콘운전기사·골프장 경기보조원·학습지 교사 등 4개 직종에 산재보험을 적용했는데, 그 대상을 6개로 넓힌 것이다.

특수고용직은 대부분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그마저 계약 여부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더구나 특수고용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근기법상 노동자 보호조항은 물론이고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일부를 제외하면 4대 보험 가입도 그림의 떡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노조를 만들 자격(단결권)마저 박탈당한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3권이 부정되면서 노조를 만들고 사용자들 상대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할 수도 없다.

건설노조와 화물연대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건설노조와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며 연대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근로계약이 위탁·도급계약으로 바뀌었을 뿐 일하는 것은 노동자일 때와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지만 정부로부터 노조성격을 부인당했다. 정부는 "건설기계·화물차주들은 노동자가 아니다"며 "파업 대신 '운송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해 달라"고 기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학원장과 계약을 맺고, 학원에서 일하며, 학원이 짠 강의계획서에 따라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매달 학원에서 돈을 받는 학원강사들도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법 근거로 근로자성 부정하는 대법원

이에 따라 근기법과 노조법의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당론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거나 제출할 예정이다.<상자기사 1·2 참조> 근기법은 제2조에서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특수고용직의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경우는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일부에 불과하다.

실질 사용자 부정, 노사갈등 키운다

#2. 요즘 들어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투쟁은 일상적인 문화가 될 정도로 자주 일어난다. 지난해와 올해 1월에 각각 발생한 홍익대와 한일병원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싸움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원사업주(원청)가 용역업체를 변경할 때 고용승계를 보장받지 못했다. 노조를 설립해 근로계약을 맺은 용역업체와 단체교섭을 해도 고용승계나 노동조건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다. 원청이 용역업체에 고용승계를 요구했는지 여부와 얼마만큼의 용역비를 지급했는가에 따라 사실상 고용승계나 노동조건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0년 11월 한 달여에 걸쳐 울산공장 점검농성을 벌였다. 요구는 불법파견에 대한 정규직화였다. 하지만 이들을 고용해야 할 원청인 현대차와의 교섭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법상 사내하청노조의 교섭대상이 현대차가 아니라 사내하청업체였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용역·파견노동자와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싸움은 갈수록 격해지고 장기화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과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갈등이 심화되는 이유는 해법 모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용역·파견 혹은 사내하청업체와 교섭을 하면 이들 업체는 원청에 책임을 떠넘긴다. 원청은 "사용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교섭을 회피한다. 어느 순간 사용자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진짜 사용자가 나서야 문제 해결 가능”

기아자동차의 모닝을 만드는 사외하청업체인 동희오토도 마찬가지다.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 금속노조에 가입한 뒤 원청인 기아차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법원에 판단을 물었으나 역시 인정받지 못했다. 이들은 "진짜 사용자가 나서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원청을 상대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전비연) 등 특수고용직·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노조법 2조 개정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과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요구다.

전비연 관계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같은 차별해소도 필요하지만 특수고용직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스스로 단결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특수고용직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원청은 사용자 개념에 포함시켜 비정규직들이 실질적인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자기사 1]
야당·노동계 “근로자·사용자성 확대, 핵심은 노동3권 보장”

노동계와 야당은 노동3권 보장을 중심에 놓고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에 포함시켜 노동3권을 보장하고, 파견·용역·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의 경우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 원사업주(원청)를 사용자 개념에 포함시켜 실질적인 단체교섭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사용자 개념 확대는 개별노동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근로자성과 사용자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한 단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계다. 노동단체 중에서는 민주노총이 주로 개정안을 마련했는데, 한국노총 역시 포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이 노조법과 근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은 노조법 개정안을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김경협 의원실 관계자는 "당론 입법발의를 위해 당 정책위원회에 법률 개정안을 넘겨 인준을 받은 상태"라며 "의원총회 의결만 거치면 당론으로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당을 포함해 여러 단체에서 의견을 제시했지만 내용은 동일하다. 문구만 조금 다를 뿐 의미는 같다.<표 참조> 노조법 개정안 중 근로자성 개념 확대 조항에서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업자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활하는 자"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당 내용은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지 않은 새누리당을 제외하고는 야당을 포함한 모든 단체가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현행 노조법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에 의해 생활하는 자'를 근로자로 보면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지 여부를 강조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에 더해 '다른 사업자에게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활'하는 특수고용직까지 근로자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용자성 확대를 위한 노조법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영향력이 있는 경우 사용자로 본다"(민변·심상정 의원 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내하도급이나 파견·용역노동자와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사용자를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원청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다.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는 법률의 성격상 노동3권보다는 개별노동자 보호를 위한 것이다. 노조법과 달리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은 다른 법률과의 연동성이 크다. 예컨대 최저임금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임금채권보장법이 모두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을 차용하고 있다.

민변과 심상정 의원은 노조법과 근기법 모두에서 근로자·사용자 개념 확대 조항을 담았다. 민주노총은 노조법에서는 근로자성, 근기법에서는 사용자성 개념 확대만 제시했다. 두 법의 근로자성과 사용자성 개념이 상호 갈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직 법안을 제출하지 않은 김경협 의원은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개념 확대 아닌 현실 반영한 정상화

새누리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김성태 의원(여당 간사)과 이종훈 의원이 <매일노동뉴스>를 비롯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수고용직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거나 "사내하도급 다음에는 특수고용직이 핵심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변은 법률 개정안을 마련한 후 "특정 사용주와 인격적·경제적 종속관계를 맺는 특수고용직은 사실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간접고용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것은 원사업주"라며 "근로자성과 사용자성 재정의는 개념의 '확대'보다는 현실을 반영한 '정상화'에 가깝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90년대부터 "고용관계 존재 여부를 기준으로 결사의 자유 보장범위를 결정(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특수고용직 보호를 위해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김기우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원은 현행법을 근거로 근로자 개념을 매우 협소하게 판단하고 있으나 학계나 전문연구자 사이에서는 특수고용직에게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철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노동관련법의 핵심 기준인 노조법과 근기법상 근로자·사용자 개념이 변화하고 다양해진 노동형태를 담고 있지 못하다"며 "근로자·사용자 개념 확대는 특수고용직과 간접고용 노동자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포괄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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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기사 2]
국회 입법 과정서 경영계 반발 만만치 않을 듯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노동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들의 반발이 거세고, 새누리당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이 핵심 입법과제로 내놓은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사내하도급법)은 노조법과 근기법상 사용자 개념 확대와 상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출되거나 제출 예정인 법안만을 놓고 본다면 현재로서는 노조법 개정안, 그중에서도 근로자성 확대 조항이 입법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으로 특수고용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데다, 이들에게 노동3권을 보장할 경우 차별해소와 같은 다른 보호조항이 없어도 스스로 노동조건을 개선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특수고용직 모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직종별로 계약·노동형태가 다양하고,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 정도도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퀵서비스·택배기사·대리운전과 같은 직종은 여러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하기 때문에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종속성도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반해 대법원 판결에서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은 골프장 경기보조원이나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교섭을 진행했던 레미콘 운전기사의 경우 사실상 근로자에 준하고 사용자 종속성도 강한 만큼 시급히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한 사용자성 확대 역시 노동계의 주요 요구다. 실질적인 사용자를 교섭상대로 정해야 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지만 원청사 상당수가 대기업이라서 경영계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경영계는 "특수고용직 보호방안이 필요하다면 노동법보다는 경제법적 원리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하면 근로자로 볼 수 없는 사람들도 법 적용을 받으면서 근로자 보호라는 노동법의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노동법으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공정거래법과 같은 경제법을 활용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는 연동되는 노동관련법이 많아 논의 자체가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을 차용해 적용 대상자를 판단한다. 그 범위가 대폭 늘어날 경우 그에 따르는 비용을 추산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과제다.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퀵서비스·택배기사 산재가입·적용을 위해 150여명의 인력충원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야당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법안 통과를 낙관하고 있지만은 않다. 김경협 의원실 관계자는 "특수고용직의 계약·노동형태가 워낙 다양해 막상 법안 논의를 시작하면 세부기준들이 다양하게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입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노동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석  seok@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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