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PD수첩 작가 6명 전원을 해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MBC 파업 과정에서 PD수첩 제작피디 10명 중 6명이 대기발령과 정직으로 징계 중인 상태에서 작가들까지 전원 축출해 프로그램을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MBC 구성작가협의회 소속 작가들은 초유의 사태에 반발하며 PD수첩 제작에 대체투입되는 것을 거부했다.

MBC 구성작가협의회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작가협회 사무실에서 'MBC PD수첩 작가 전원 축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PD수첩 작가 전원에 대한 해고는 PD수첩의 비판정신을 거세하려는 차원에서 진행된 폭거"라며 "협의회 소속 회원 전원은 PD수첩 작가를 대체해 부역작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날 보이콧 선언에는 작가 72명이 동참했다.

메인작가 전원이 해고된 것은 PD수첩 2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MBC 시사교양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제작에 참여했던 정재홍 작가는 무려 12년 동안이나 PD수첩을 제작해 왔다. 작가들은 아이템 선정 회의부터 섭외와 취재·촬영·대본 작성까지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 참여한다.

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작가 교체는 당사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MBC 노동자들의 파업 기간에 채용된 시용PD(1년 계약 후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고용형태)들이 PD수첩 팀장 지시에 따라 외부작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소문이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PD수첩 소속 피디들도 작가진 해고에 반대하고 있다. 피디들이 수차례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에게 재고를 요청했으나 김 국장은 "재고의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지난 25일 해당 작가들과의 면담에서도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이유는 "분위기 쇄신"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익씨 민간인 사찰' 제작에 참여한 장형운 작가는 "더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며 파업 기간을 묵묵히 기다렸다"며 "파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에서 방송을 앞두고 작가 전원을 해고하는 것은 이참에 PD수첩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MBC뿐만 아니라 SBS·KBS·EBS 구성작가협의회 회원들도 보이콧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내고 "MBC는 정권비판 프로그램이자 눈엣가시 같은 PD수첩의 싹을 자르려는 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냈다"며 "이명박 정권과 '쪼인트 사장' 김재철씨는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해고를 당장 철회하고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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