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2010년 7월22일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을 받아 일을 시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가 도급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을 사용해 왔고, 그것은 제조업의 파견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결정이다. 파견을 사용할 경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지극히 악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제조업의 파견은 금지돼 왔다. 그런데도 제조업인 현대차에서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할 노동자들을 도급이라는 이름으로 불법파견 받아 노동자들의 임금과 권리를 심각하게 착취해 왔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현행 파견법 43조에 의하면 파견법 위반행위를 한 사용사업주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률단체들이나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정몽구 회장을 구속수사하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검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검찰이 미지근한 태도를 취하는 동안 현대차의 불법행위는 더 커지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불법파견이라는 근거를 없애기 위해 공정을 재배치하는 등 적극적인 증거인멸 행위를 하고 있다. 또한 파견법 위반의 피해자인 비정규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회유해서 노동조합을 탈퇴하게 하고 있다. 엄연한 부당노동행위다. 게다가 대법원의 판결을 즉각 이행하지 않고, 최병승씨에 대한 해고소송을 계속 끌고 가면서 의도적으로 법원결정의 이행을 해태하고 있다.

기업총수들에 대한 검찰의 관대한 수사관행과 법원의 관대한 판결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이미 정몽구 회장은 2006년 배임과 횡령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2008년 1천3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회사 돈 900여억원을 빼돌리고, 아들 정의선씨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싼값에 계열사 주식을 배당받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결국 고등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저소득층 문화시설 건립 등의 사재출연으로 사회봉사를 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것도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어졌다. 반복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관대한 처벌은 기업들의 불법행위를 부추긴다. 그런데 기업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경폐수를 마음대로 버리거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주가조작을 하는 것처럼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불법파견을 하는 행위는 편법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다. 이러한 범죄행위의 폐해는 결국 노동자나 민중들에게 돌아가고, 그 이익은 기업의 총수들만 챙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그동안 사법적으로 관대한 처벌을 받았던 정몽구 회장이 과연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가. 사재 1조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계열사에 불과한 해비치재단에 글로비스의 주식을 기탁하는 편법으로 약속을 지켰다고 주장한다. 1만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정몽구 회장 일가는 과연 그로 인한 대가를 비정규 노동자들이나 사회에 돌려줬는가. 오히려 자신들의 배만 불렸다.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정몽구 회장 부자가 받은 주식배당은 678억원이었다. 한 해 동안 그 부자의 재산이 600억원이 넘게 불어나는 동안 비정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간신히 웃도는 임금을 받으면서 고용불안에 떨며 일했다. 그 노동자들이 불법으로 우리에게서 빼앗아 간 권리를 돌려 달라고 요구하자 해고하고 위협하고 온갖 소송으로 괴롭히고 있다.

대법원에서 승소한 현대차 노동자 최병승씨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25일간의 점거파업에 함께했다는 이유로 지금 수배 중이다.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업무방해나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처벌하면서도 사용자에게 관대한 지금의 관행은 결국 사회의 부정의를 만들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이들을 좌절하게 하고, 기업을 견제할 힘을 빼앗는다. 처벌받지 않는 기업의 불법한 이윤추구 논리, 재벌총수의 이익이 마치 사회전체의 이익인 것처럼 왜곡된 논리는 결국 사회 공동체를 파괴하고 도덕적 불감증을 만들어 낸다.

지금이야말로 그것을 되돌릴 기회다. 불법파견은 경영상 어쩔 수 없는 행위가 아니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명백한 불법행위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불법적으로 착취함으로써 이익을 남기고 그를 통해 수백억원의 주식배당을 챙겨 온 정몽구 회장을 이제는 ‘법대로’ 구속수사해야 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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