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농협중앙회·농협은행 등은 30일로 예정된 금융노조의 파업을 “위법 쟁의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지부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한다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번 파업은 목적·절차·주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지부의 파업권은 법률상 당연히 보장된다.

농협중앙회 등은 “금융산업노조가 금차 쟁의행위의 주요 목적으로 주장하는 이행약정서 체결 문제는 사용자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교섭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금차 쟁의행위 진행 중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시 농협 MOU 문제를 교섭과 연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여 조정절차가 진행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금융노조 파업은 임금인상·노동시간단축·사회공공 활동 강화·비정규직 제도 폐지 등 2012년 임금·단체협상 투쟁 승리가 그 목적이다. 노조는 이 같은 사실을 파업 관련 선전물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려 왔다. 사용자가 주장하는 농협의 이행약정서 체결 문제는 파업의 목적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종료 이후 이와 관련한 그 어떠한 요구나 교섭도 전개한 일이 없다.

안타까운 것은 사용자의 주장에 담긴 인식이다. 농협 MOU 문제와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 등은 이른바 관치금융의 잔재다. 금융노동자 전체가 막아 내야 할 사안이다. 이는 곧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직결되는 사항으로 “고도의 경영상 판단”으로 치부될 순 없다.

설사 파업 목적의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라도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해 그 쟁의목적의 당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단기준이다.(1992.1.21 선고 대법원 91누520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농협 MOU 문제가 30일 파업의 주된 목적이 아님은 사용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즉 농협 MOU 문제를 빼더라도 2012년 임·단투 승리를 위해 분명 파업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파업 전체가 정당성을 갖는다고 봐야 한다.

파업 절차에 관한 시비를 보자. 고용노동부 의견을 인용해 농협중앙회지부가 다시 창구단일화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2012년 7월1일자 교섭창구 단일화 적용 사업장은 2012년 6월30일 이전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 간 산별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에 돌입하지 않았다면 2012년 7월1일 이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다시 쟁의행위 절차를 거쳐야만 쟁의행위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같은 주장은 거짓이거나 창구단일화 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30일 파업은 농협중앙회지부의 창구단일화와 전혀 무관하다.

우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된 조정절차와 모순된다. 이번 총파업은 산별교섭이 결렬돼 중노위를 통한 조정을 거쳐 지난달 29일 최종적으로 조정기간이 만료되는 등 합법적 절차를 거쳤다. 다시 말해 이번 쟁의 및 파업은 지난해 12월31일자로 만료된 임금협약을 갱신하기 위한 협상 결렬이 그 원인이다. 그래서 중노위에서도 산별 중앙교섭의 주체와 목적이 조정대상인지 여부에 관해 확인 후 조정절차를 진행했다. 이 모든 절차가 중노위 지도하에 이뤄졌는데 만약 창구단일화가 필요했다면 중노위가 의견을 피력했을 것이다.

사용자의 주장은 산별노조 단위의 파업과 지부 단위의 파업에 대한 몰이해로 볼 수 있다. 산별노조 차원에서 쟁의행위를 위한 절차를 완료했다면 산별노조의 쟁의행위가 가능한 것이지, 또다시 지부 차원에서 별도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사용자의 주장대로라면 각 지부별로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고 만다.

노동부의 해석은 올해 7월1일 이후 농협중앙회지부 차원에서 쟁의행위를 할 경우에나 적용될 내용이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주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문언에 반한다. 노조법 제41조(쟁의행위의 제한과 금지) 제1항 단서에서는 쟁의행위를 위해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에 참여한 전체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대로 해석하면 교섭대표노조가 없는 (필요치 않는) 경우에는 위 조문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중노위가 조정절차에서 교섭대표노조 선정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파업 참여주체에 대한 논란도 복잡하지 않다. 농협중앙회가 5개의 회사로 분리됐다 하더라도 분리 후 회사는 기존 중앙회의 모든 권리·의무를 승계했다. 당연히 금융노조·농협중앙회지부가 체결한 단협상 모든 권리·의무도 승계된다. 실제 농협중앙회 회장은 사용자측 교섭위원으로 참석해 전체 금융산업 사용자들을 위해 교섭을 진행해 왔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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