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월례 비정규노동포럼에서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발제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생기는 사회적 편익이 비용부담을 능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정규직 전환 의무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할 경우 총고용이 약 46만~48만명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23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월례 비정규노동포럼에서 ‘비정규직 고용보장의 사회경제적 효과’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포럼은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대량해고를 유발하는가-비정규직 해법의 고용효과 비교평가’를 주제로 열렸다.

정규직 전환, 내수증대·생산성 개선 효과

김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비용부담뿐만 아니라 편익도 발생시킨다”며 “정부정책을 마련할 때 비용과 편익은 개별기업 차원으로 국한되지 않는 사회 전체적 후생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비용부담 회피는 비용부담을 사회로 전가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노동연구원은 2003년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19조4천700억원이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경총은 2004년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임금 대비 100% 수준으로 상향할 경우 26조2천억원, 85%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14조7천억원의 추가 임금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교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예상되는 효과 중 내수증대 효과와 생산성 개선 효과에 주목했다. 그는 “노동연구원 추산대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19조4천700억원을 투입할 경우 15조9천억원의 소비 증대, 12조6천억원의 부가가치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고용노동부가 노동연구원 자료를 토대로 마련한 2004년 당시 차별해소 기준에 따라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할 경우 노동생산성이 1.04% 이상 개선되면, 부가가치 증가효과가 비용부담을 능가한다고 추정했다.

“사내하청 정규직화 비용은 체불임금”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내하청 정규직화 비용은 추가비용이 아니라 원래 정규직으로 일해야 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임금으로 지불했어야 할 돈”이라고 주장했다. 정규직화 비용은 원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지급했어야 할 밀린 임금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 정규직화로 인한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한다고 야단”이라며 “그러나 정몽구 회장이 강조하는 비용증대액은 역으로 지금까지 현대차가 불법적인 사내하청을 사용해 얻은 초과이익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송보석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을 위해 민주노총과 정당·사회단체까지 아우르는 ‘비정규직 철폐·비정규직 노동기본권 보장 국민운동본부’ 구성을 제안했다. 송 실장은 “기간제·간접고용·특수고용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문제를 개별적으로 대응해서는 답이 없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 제출됐다고 논의 끝나지 않아”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실 김철희 보좌관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비용의 틀에 빠지면 안 된다”며 “권리와 윤리·도덕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동관계제도는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며 “쌍용차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업에서 방출된 불안정한 고용이 사회적 폐악으로 남겨졌는데 기업은 재정적·도덕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실 김가람 보좌관은 “그동안 수치를 통해 노동이슈를 선점하는 것은 노동계가 아니었다”며 “노동계가 비정규직 프레임 논쟁에서 후순위로 밀렸다”고 우려했다. 그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대부분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법안을 제출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행정을 어떻게 강제할 것인가를 두고 실제 내용을 채우는 방향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