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와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를 풀기 위해 국회가 움직이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특별소위를 구성해 이 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새누리당 위원들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구성결정을 유보했다. 현재 구성 여부를 놓고 여야 간사 간에 협의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에서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채필 노동부장관은 한 경제전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별 사업장 노사문제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국회는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도 “성급한 발언이다.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특별소위 구성을 놓고 정부와 국회, 국회 안의 여야 간에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 입장을 들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
“새누리당, 국민을 위한 정치에 부합하는 결정해야”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첫 전원회의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와 삼성 백혈병을 비롯한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건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새누리당의 반대로 특위를 구성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특위 구성보다 자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는지 검토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또한 노사문제에 정치 논리가 개입하면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와 삼성 백혈병 문제를 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2009년 8월 이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는 단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22명의 죽음으로만 남겨져 있다. 18살 어린 나이에 돈 많이 준다고 삼성반도체 공장에 입사한 노동자들이 줄줄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역학조사도 없고 그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새누리당에게 묻고 싶다. 정리해고와 백혈병 및 직업성 암으로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 아직 검토가 필요한지 정말 궁금하다. 지금 필요한 건 검토가 아니라 시급한 행동이다.

노동자가 죽어갈수록 정치인들의 업보가 더 커진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말로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에 부합하는 실천을 새누리당에 당부 드리고 싶다. 그 시작이 쌍용자동차 특위, 산업재해 특위 구성이다.

이형준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국회, 개별기업 문제로 소위 구성 안 돼”

국회가 개별기업 사건에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현장 노사관계 안정화나 문제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 노사관계에 갈등이 있다면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또 사건이 있다면 법적인 절차에 따라 해결할 일이지 정치적 이슈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정치권의 개입은 의도하지 않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쌍용차 소위원회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다. 쌍용차에서 많은 분이 돌아가시고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지만 기업이 아직 정상화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이 정상화돼야 휴직자 복직도 이뤄질 수 있다. 국회는 오히려 쌍용차가 하루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경영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노사문제로 계속 개입을 하면 경영 정상화가 더 늦춰질 수 있기에 문제 해결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국회가 이처럼 개별기업 노사관계에 개입하면 노조 역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노사 간의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기보다는 국회로 달려갈 공산이 크다. 갈등의 소지만 더 커진다. 국회가 개별기업 문제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기업과 노사관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
“새누리당 눈치보지 말고 빨리 처리하라”


정치권이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3년 만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자고 나선 것은 긍정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규명할 것은 쌍용차 파업에 대한 폭력진압과 정리해고의 불법성이다. 쌍용차 파업 진압 과정에서 경찰은 권력을 남용해 식수와 의료진을 차단했으며 파업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인권도 무시했다. 이들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를 비롯해 갖은 의혹들을 숨김없이 규명해야 한다.

또 조작된 회계로 실시한 구조조정의 불법성도 밝혀야 한다. 회사는 2009년 4월7일 2천646명에 대한 일방적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회계기준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들이대고, 부채비율도 뻥튀기해서 긴박한 경영상 위기라고 주장했지만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정리해고의 근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치권은 더 이상 눈치 보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쌍용차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종란
공인노무사(반올림)
”피해사례 계속 느는데 달라진 상황 없어“

18대 국회에서도 삼성 직업병 문제가 다뤄졌지만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사업장에서 유해인자가 나오기도 했지만 직업성 암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여전히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피해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삼성전자 계열사 직업병 피해 제보자는 145명, 사망자는 56명이다.

피해사례가 계속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차원에서 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묻고 싶다. 산업재해 인정률이 높아졌나, 유해위험에 대한 대책이 마련됐나. 마련된 대책이 하나도 없다. 제 자리 걸음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이 밝혔듯이 반도체업종은 가장 안전한 사업장으로 분류돼 있다. 심지어 교사·공무원·경비노동자보다 산재보험료율이 낮다. 삼성전자는 이 때문에 해마다 143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말이 되나. 전자업종은 유해업종으로 등록돼야 한다.

소위를 구성해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사회보험 취지에 맞게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노동자가 과거 유해 작업환경에 얼마만큼 노출됐는지 입증하는 책임도 없어져야 한다. 반도체·전자업종뿐만 아니라 유해위험업종의 안전사고나 유해물질 노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 정부에서는 사용자에게 안전보건을 자율점검 하도록 맡겨 두고 있다. 민주노총 요구대로 산업재해를 기업에 의한 살인으로 봐야 한다. 기업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도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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