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아니 수백 번, 기자회견이 직업인 사람들. 혹시 몰라줄까, 작은 손팻말 잘 보이도록 들고 섰으니 그건 직업병이다. 짧은 머리 어찌 저리도 닮았나. 반백의 머리칼, 그래도 숱 걱정은 없던지 날리던 비를 그냥 맞고 섰다. 택시 몰던 아버지는 딸을 먼저 보냈고, 자동차 만들던 노동자는 동료를 잃었다. 탈상은 아직 멀었던지 길바닥 어딘가 헤매기를 수년째, 황망한 죽음을 되뇌었고, 복기했다. 오래 곱씹었다. 여기는 56명이라고, 저긴 또 22명이라며 줄지은 죽음을 굳이 셈했지만, 그 수열의 규칙을 알지 못해 길에 섰다. 하여 묻기를, 죽음의 행렬을 언제까지 외면할 텐가. 해고는 살인이라고, 산재도 살인이라고 내내 부르짖다 부르튼 입으로 그리 물었다. 답 없기로도 한 가지. 저기 두 사람 짧은 머리 어찌 저리도 닮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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