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칭)노동포럼준비위원회가 지난 18일 저녁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주최한 '노동운동과 정파, 이대로 좋은가' 월례포럼에서 김태현(사진 오른쪽 두번째)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로 진보진영의 정파갈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노동계 내부에서 정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지난 18일 저녁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가칭)노동포럼준비위원회 주최로 열린 ‘노동운동과 정파, 이대로 좋은가’ 월례포럼에서 “최근 민주노총 내의 정파는 건강한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과도한 대립과 갈등을 가져왔다”며 “공조직의 정상적인 운영이 저해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공조직보다 우선된 정파=김 원장은 ‘민주노총과 정파,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정파조직이 활동가 재생산과 노동운동의 이념성을 만들어 내는 기제, 현장에서 상층간부에 대한 감시기능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현장 내의 분파 난립과 갈등 심화가 정치적 이념과 노선을 따르기보다는 집권을 위한 이합집산으로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현장조직뿐만 아니라 금속노조 등 주요 산별과 민주노총 선거에도 정파선거가 일반화됐다”며 “선거 이후에는 정파적 갈등으로 수차례 대의원대회 무산, 대의원대회 강행,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정파의 ‘자기사람 끌어들이기’도 비판했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특정 정파에 장악되면 업무능력이나 전문성을 떠나 자기 정파 성원을 사무총국 성원으로 충원하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이어 “결과적으로 최근 민주노총 사무총국 성원은 늘었지만 자질은 출범 초기에 비해 질적으로 매우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공개적인 반성운동 필요”=한석호 전태일재단 기획실장은 “지금의 노동운동 현실은 민주노총이 바깥에 있는 단체들까지 묶어 돌파하려고 해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동운동이 망하게 생겼는데 (정파들끼리)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실장은 “나부터도 나름대로 정파활동을 하면서 대중운동을 발전시켜 보려고 했지만 돌아보니 편협하고 배타적으로 바뀐 것 같다”며 “정파 1세대들이 공개적인 자기성찰운동을 벌여 보자”고 제안했다.

김소연 전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은 “정파는 대중조직 안에서 참모역할을 해야 하는데 전부 지도만 하려고 한다”며 “정파의 논의내용이 대중조직 안에서 무조건 관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전 분회장은 희망버스를 통해 노동운동의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희망버스는 열린 공간, 평등한 참여, 신명나는 소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희망버스가 만든 신선함이 만성피로에 젖어 둔해진 민주노조운동을 깨우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정파갈등 폐해 해소방안은?=
김 원장은 정파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역설적으로 ‘제대로 된 정파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권력지향적 분파나 파벌이 아닌 이념적 지향과 전략을 갖춘 제대로 된 정파가 돼야 한다”며 “기존 정파 성원들도 자신의 정파의 문제점과 한계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파가 조합원을 중심에 두고 대안·정책 중심으로 경쟁하도록 만드는 것 △조합원이 평가하고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정파가 건강한 의견제시 그룹이나 정치적 노선과 견해에 따른 그룹으로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을 해결방안으로 제안했다.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정파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조직 확대’를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결성된 후 기존노조가 민주노조로 전환하면서 가입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100만 민주노총을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덕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파가 잘못한 것도 많지만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제대로 서지 않아 발생한 문제를 모두 정파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정파는 성찰이 부족하지만 많은 정파들이 대안사회에 대한 고민부터 실질적인 운동방향과 노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이런 정파조직을 운동의 모든 악의 주범으로 낙인찍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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