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사내하도급법안)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 11일 새누리당은 토론회를 열었다. 사내하도급법안이 불법파견을 합법화해 준다는 비판에 대해 “법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기인한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사내하도급법안이 규율하려는 ‘사내하도급’이란 ‘원사업주의 사업장 내에서 수급사업주가 원사업주로부터 도급 또는 위임받은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만약 사내하도급업체가 독립성이 없다면 이는 사내하도급법이 아니라 파견법의 규율을 받게 될 것이라는게 새누리당의 반박 요지다. 덧붙여 “사내하도급업체가 독립성이 없다고 판단된 현대자동차 사건의 경우 애초부터 사내하도급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야말로 간접고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기인한 잘못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간접고용’은 본질적으로 ‘실질적 사용자(원청)-형식적 사용자(사내하도급업체)-간접고용 노동자’ 사이의 삼면(三面)적 관계를 특징으로 한다. 즉 실질적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개입돼 있는 형식적 사업주가 독립적 실체라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만약 이 중간업체가 아무런 독립성을 갖지 못한 채 원청의 노무관리부서에 불과하다면 이때의 중간업체는 법인격(법적 주체라는 인정)이 부정된다. 이 경우는 간접고용이 아니라 실질적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만 존재하는 이면(二面)적 관계가 된다.

파견법 적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이면적 관계가 아니라 삼면적 관계다. 다시 말해 ‘진정한 도급인가, 아니면 도급으로 위장됐지만 파견법이 적용돼야 하는가’라는 문제에는 중요한 지점이 있다. 중간업체가 독립성이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원청(실질적 사용자)과 노동자 사이에 종속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새누리당은 ‘사내하청업체가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불법파견’이라고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오류다.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사내하청업체가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작업배치권과 변경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직접 또는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지휘명령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교대제·연장 및 야간근로·작업속도 등을 결정한 점을 들어 현대차와 사내하청 노동자 사이에 종속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사내하도급법안은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작업배치권·지휘명령권 등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파견이 아니라 ‘사내하도급’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판례와 법리를 왜곡하고 있다. 원청이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을 실질적으로 통제해도 이는 파견이 아니라 도급이거나, 파견도 도급도 아닌 어떤 회색지대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것을 “정규직과 공동생산체적 관계”라거나 “파견도 도급도 아닌 제3 지대”라 부르고 있다.

이러한 법리 왜곡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새누리당은 토론회에서 “노동계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주장하고 사용자는 하청 노동자와 아무 관계없다는 주장을 하는데 서로 절충하자”고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이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을 직영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통제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법적 책임은 현행보다 가볍게 만들어 주자는 얘기다.

사내하도급법안과 관련해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원청의 사업장 내에서 원청을 위한 일을 하면서 정규직과 공동생산체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왜 경감시켜 주고자 하는가. 실질적 사용자로서 간접고용 노동자를 사용해 이윤을 얻는 자에게 왜 그에 합당한 책임을 부과해서는 안 되는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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