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전 삼성노조 출범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한 연대단체 관계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18일 삼성노조(위원장 박원우)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조합원 4명으로 시작한 노조는 회사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1년을 꿋꿋하게 버텼다. 노조는 이날 서울 역삼동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에게 출범 1주년 축하 떡을 돌렸다.

노조가 설립된 직후 노조 설립을 주도한 조장희 부위원장은 해고됐고, 삼성에버랜드는 노조의 유인물 배포를 막은 것과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일부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노조는 이날 “그동안의 탄압 속에서도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삼성자본의 문제점에 동의하고 함께 싸워 온 연대단위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설립신고부터 시작된 회사 압박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 제도가 허용되기 전인 2009년 1월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4명의 삼성에버랜드 노동자는 삼성민주노조 설립을 결의했다.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되기 전까지 ‘노조 설립준비위원회’를 운영했다. 노조는 지난해 7월12일 민주노총에서 설립총회를 열었고, 이튿날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설립신고서를 냈다.

그러자 삼성은 같은달 13일부터 이틀 동안 조장희 부위원장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뒤 삼성노조 설립신고증이 나온 날 그를 해고했다. 개인정보와 회사의 기밀정보를 무단 반출했다는 이유였다. 회사측은 “조 부위원장의 해고는 노조 결성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고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같은달 김영태 노조 회계감사도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다. 회사는 올해 5월 박원우 위원장에 대해서는 노조 가입 홍보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회사가 설립한 노조는 어디로?



노조는 지난해 7월 설립됐지만 회사와 교섭을 할 수가 없었다. 노조가 설립되기 전인 같은해 6월 회사가 주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회사노조(Company Union)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회사노조는 노조 설립 1주일 만에 단체협약까지 체결했다.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선점한 것이다. 삼성노조 관계자는 “회사노조는 지금도 실체가 알려진 게 없다”며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노조는 설립 후 홍보를 위해 노조 신문을 배포했다. 4명의 노조간부가 유인물을 배포하는 것을 막기 위해 100여명에 가까운 경비직원과 관리직원이 동원됐다. 이들은 노조의 유인물을 빼앗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5월 일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회사측은 "인정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노조 기자회견에 함께한 사람들



노조 출범 1년을 맞아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삼성노조 조합원보다 연대단체 관계자들이 훨씬 많았다. 삼성을 상대로 싸우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2005년부터 삼성을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는 방승아 전국철거민연합 과천위원장은 “평범하고 가난하게 살다가 삼성을 상대로 싸우면서 용역을 알았고 돈 없으면 사람 대접도 못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며 “제가 겪은 삼성은 최고 기업도 아니고 법을 지키지도, 도적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법원에서 처음으로 삼성반도체 백혈병 직업병 피해자로 인정받은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딸이 죽었을 때 우리를 대변하고 항의해 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유미처럼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지도 죽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황씨는 “이제 이건희 회장은 어둠에서 나와 사회와 소통하고 노동자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해고자 박종태씨는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직원과 가정의 존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해고자와 직업병 피해자, 태안 기름유출 피해자, 전철연 동지들의 문제를 즉시 반성하고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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