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최근 임금·단체협상 시기라서 그런지 경영분석 관련 문의가 자주 온다. 대부분 "지난해 정말 힘들게 일했는데 수익이 줄어든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수익감소를 이유로 사측이 임금인상 요구안에 난색을 표한다는 것이다.

임금이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객관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현대차가 매년 큰 이익을 내기 때문만은 아니다. 20세기 초반 세계 노동운동이 대규모 투쟁을 일으킨 곳이 주로 컨베이어벨트에서 집단적으로 노동하는 완성차업체였다. 20세기 내내 이들 기업의 노동운동이 위력적인 힘을 만들어 냈다. 미국·캐나다·독일·이탈리아·한국·브라질 등의 노동운동이 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의 완성차업체 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만들어 냈다.

반대로 70년대 노동운동의 쇠퇴 시점에 크게 성장한 전자산업에서는 기업들이 자동차업체들보다 더 큰 이익을 만들어 냈지만, 노동운동의 성장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 개발직을 제외하고 생산직 대부분은 여전히 저임금 구조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

국가·산업·기업의 임금수준은 기업의 지불능력 이전에 역사적으로 형성된 계급 간 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임단협 시기에 노동조합이 회사의 상황을 살피기 이전에 산별노조의 힘, 그리고 사업장 내 조합원의 단결수준을 먼저 살펴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회사 상황이 안 좋아도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면 임금저하를 막을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회사 상황이 좋아도 노동조합이 제대로 된 힘을 보여 주지 못하면 임금을 제대로 올릴 수 없다.

물론 임단투 기간에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회사 경영상황을 아예 살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잘 살펴야 한다. 임단투 기간에 회사가 현장을 흔들기 위해 회사 경영과 관련한 갖가지 루머를 퍼트리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간부들이 회사상황을 잘 아는 만큼 더 자신감 있게 조합원들을 노조로 단결하게 할 수 있다. 회사의 경영상황을 살피는 것은 회사의 지불능력을 보고 노동조합의 요구를 미리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다.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자신감 있게 싸우기 위해서다.

노동조합이 임금교섭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정보는 손익계산서다. 한 해(또는 분기)의 매출에서 비용을 공제해 영업이익·당기순익을 계산한다. 통상 이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이 회사 한 해의 성과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이용된다. 다년간 임금교섭을 해 온 노동조합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노조가 손익계산서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익을 회사 실제 순수입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그렇다. 전 해에 비해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익이 줄어들어 회사 상황이 나빠졌다고 단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손익계산서상의 영업이익·당기순익이 현실의 회사 수입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손익계산서는 실제 비용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비용도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상황을 좀 더 현실과 근접하게 보기 위해서는 현금흐름표를 이용할 수 있다. 현금흐름표는 손익계산서와 달리 현실에서 현금이 들어오고 나간 것을 기록한다. 개인이 집에서 사용하는 가계부를 생각하면 된다. 실제 기업경영에 대해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손익계산서만큼 현금흐름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쌍용차의 예를 보자. 쌍용차 사측은 해고자를 복직시키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해 회사 경영상태가 어려워 그럴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 핵심 근거가 지난해 1천124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2010년 262억원에 비해 네 배 넘게 손실이 늘었다.

하지만 실제 현금흐름표를 보면 쌍용차는 지난해 자동차를 판매해 2천3억원의 현금을 남겼다. 2010년 75억원의 현금을 남긴 것에 비교하면 현금순수입이 27배나 늘어난 것이다. 쌍용차의 현금흐름표는 쌍용차가 경영상태의 근거로 이야기하는 손익계산서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 준다.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익과, 쌍용차가 자동차를 팔아 남긴 현금수입(손익계산서상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항목)이 3천억원이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쌍용차가 다른 기업에 비해 장부상에 기록되는 비용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당해연도 지출과 상관없는 감가상각비 900억원, 각종 라이선스의 가치가 감소했다는 의미의 무형자산상각비 330억원 등이 그 예다. 현금흐름만 놓고 보면, 쌍용차는 지난해 현대차나 기아차에 뒤지지 않는 수익을 올렸다.

쌍용차는 다소 극단적인 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에서 당기순익이나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는데도 현금수입은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구조조정을 준비하거나 노조 파업에 대해 엄포를 놓으려는 기업에서 이런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혹시 지금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익 문제로 사측이 현장을 흔들려 한다면 손익계산서 외에도 현금흐름표를 반드시 한 번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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