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새날 대표)

대상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1나51054 해고무효확인 등

1. 인정사실

2008년 12월23일 정부는 ‘4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으로 69개 공공기관에 약 1만9천명의 정원을 감축하기로 발표했다. 한국공항공사에게는 소방 130명, 항공등화·기계·장비정비 70명, 청원경찰 38명의 인원을 외부위탁으로 감축하는 것을 포함해 총 305명의 직원을 감축하라고 지시했다. 자연감소·희망퇴직 등을 활용해 일정기간(3~4년) 동안 단계적으로 추진해 최근 경제여건 등을 감안, 고용안정과의 조화방안을 강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공사는 2009년에 소방직렬 112명, 장비직렬 16명, 정비직렬 2명 등 합계 130명을 줄이기로 했다. 2010년에는 기계·전기직렬 57명, 2011년 청원경찰 36명을 감축하기로 계획을 수립했다.

공사는 계획을 이행하면서 2009년 11월 소방직렬 12명, 장비직렬 4명 등 16명에 대해 전직을 실시했다. 2009년 11월과 2009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을 실시해 소방직렬 88명, 정비직렬 2명, 장비직렬 9명이 퇴사했다. 그 결과 소방직렬에는 12명, 장비직렬 에는 3명이 남았고 2009년 12월 말에는 이들을 직권면직했다. 공사는 2009년까지 매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증가 추세에 있었다. 하지만 고속철도(KTX)의 개통과 고속도로망의 확충 등 다른 교통수단과의 경쟁 확대, 국내선 항공수요의 감소 등으로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정부의 경영효율화 계획에 따라 소방기능 등을 외부위탁으로 전환하고 그에 해당하는 인원감축을 하면 상당한 경비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상은 제1심 서울남부지방법원이 판시하고 있는 것이고(서울남부지법 2011.6.10. 선고 2010가합2894 판결), 이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이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사실이다.

2. 논의지점

이 정리해고는 정당한 것인가.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회피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해고대상자 선정이 합리적이고 공정해야 하고, 50일 전까지 근로자대표에 통보하고 협의하도록 정하고 있다.(제24조)

대법원은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위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위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2002. 7. 9. 선고 2000두9373 판결 등)

과연 이 사건 정리해고가 위 근로기준법과 판례에 의할 때 위법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단될 것인가.

이 정리해고 사건은 행정소송에서는 법원이 정리해고의 요건들이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났다. 하지만 민사소송인 이 사건에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해고회피 노력를 판단했는 바, 이에 관해 살펴본다.

3. 전제

공사는 위와 같이 정부의 제4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서 정해진 바대로 외부위탁을 통한 인원감축을 추진했다.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공기업으로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제14조)에 의해 정부가 수행 기능의 적정성 점검, 기관통폐합·기능재조정 및 민영화 등 계획의 수립 및 집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공사의 주장이었다. 또한 정부가 공사의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영혁신 관련 지침의 제정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으며(제15조), 공사의 조직운영과 정원 및 인사관리, 예산과 자금운영 등에 관한 지침(경영지침)을 정하고 그 이행 여부의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제51조) 제4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른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해당 공사 등 공공기관이 정리해고 해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존부를 파악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 이행만을 내세워서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판결에는 선진화 추진계획의 이행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관계에 관해서는 판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의 내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공사의 주장을 법원이 인정했다면 이 사건 정리해고는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른 것이므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어야 했다.

4.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관련해 과거 판례는 해고를 하지 않으면 기업이 도산하거나 존속유지가 위태롭게 되는 것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고 봤다.(대법원 1989.5.23. 선고 87다카2132 판결등)

지금은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구조조정·기술혁신 등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보는 것으로 법원의 태도가 변해왔다.(대법원 1991.12.10. 선고 91다8647 판결; 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3두11339 판결 등)

이렇게 파악하게 되면 근로기준법이 정리해고의 제한사유로 규정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 변경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추상적인 ‘위기’·‘객관적’·‘합리성’ 등의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정리해고는 사용자의 사정으로 그 당사자 일방인 사용자에 의해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다.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용자측 사정이 존재할 때에만 정리해고의 사유, 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서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판례는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하기에는 경영상 부담을 줄 수 있는 정도까지 그 기준을 완화시키고 말았다.

그럼에도 판례의 태도에 의할 때 이 사건 정리해고는 과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될까.

공사는 고속철도(KTX)의 개통과 고속도로망의 확충 등 다른 교통수단과의 경쟁 확대, 국내선 항공수요의 감소 등으로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이 예상됐다. 소방기능 등을 외부위탁으로 전환하고 그 인원 감축을 하면 상당한 경비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장래에 올지도 모를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사업기능을 외부위탁으로 전환하고 인원감축하는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인정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존재한다고 할 수도 있다. 공사는 그렇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공사가 2009년까지 매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증가 추세에 비춰 볼 때 공사의 사정은 일부 기능을 외주화해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할 사정에 불과한 것일 뿐이라고 봤다. 2009년에 바로 정리해고를 통해서 인원 감축해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정리해고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판단할 때에 정리해고를 단행할 당시를 기준으로 제한해서 살핌으로써, 이 사건에서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2009년에 단행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 집중적으로 다퉈짐으로써 법원이 이와 같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5. 해고회피 노력


2010·2011년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를 포함해 추가적인 전직·명예퇴직·희망퇴직의 실시 등으로 이 사건 정리해고 없이도 나머지 인원을 감축할 수 있었다는 점,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이 자연감소·희망퇴직 등을 활용해 3~4년 동안 단계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2011·2012년에 다른 방법을 통해서 인원감축을 시도하고 그때 가서 정리해고 하는 방법을 고려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 등은 이 사건 판결에서 공사가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근거다. 이것은 특이하게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다는 사실근거로도 동시에 언급되고 있다.

정리해고를 정당화할 수 있는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라는 대법원 판례가 적용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공사는 전직과 2회에 걸친 명예퇴직과 희망퇴직 등을 실시했다. 해당 직렬에서 퇴사하는 근로자들이 그들 대신 업무를 수행하게 될 업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것으로 해고회피 노력을 다한 것이라고 공사는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위 사실근거들을 들면서 해고회피 노력을 다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타당한 판단이다.

6. 결론

근로기준법은 일정한 요건에서 정리해고를 사용자에게 허용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그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계약관계를 사용자의 경영사정으로 종료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제한하기 위해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 ‘긴박한’의 의미만 제대로 파악했어도 이 사건 정리해고는 없었을 것이다. 정리해고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제출되고 있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한 판례는 변경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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