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사진=정기훈 기자


“한마디로 공황상태다.”

김만재(47·사진) 금속노련 위원장은 한국노총을 이렇게 진단했다. 김만재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공식적인 논의기구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은 존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격변기인 대선공간에서 '중립'을 이야기하는 것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것이다. 어떤 형태든 대선에서 한국노총이 확고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연맹 역시 9~10월에 현장 의견수렴, 각 정당에 대한 정책평가를 통해 대선방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사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 분열 사태와 관련해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저런 산별대표자모임에 나타나지 않아 사람들은 그의 속내를 궁금해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킨 이유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공식적인 회의는 보이콧하고 비공식적인 논의기구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떳떳하지 못한 모습에 실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에 대해서는 “본인의 리더십 부재가 분명히 있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가산동 연맹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그는 17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용득 위원장 사의 표명과 관련한 입장을 추가로 밝혔다.

“임기 첫날 전태일 열사 묘역 찾아갔다”

- 올해 5월 63.2%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두 달이 흘렀는데, 가장 먼저 챙긴 사업이 궁금하다.

"임기 첫날은 모란공원에서 보냈다. 전태일 열사 묘역에서 사무처 전체 구성원들과 결심을 새롭게 다졌다. 열사 앞에서 무엇보다 활기찬 연맹, 일하는 연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내 책상 위에는 선거 때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공약집과 함께 경선을 치른 상대 후보의 공약집이 놓여 있다. 그것을 보면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집행을 위한 기획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연맹의 올해 사업계획 첫머리에는 장시간 노동 구조개선 TF 운영안이 들어 있다. 김 위원장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첫 번째 사업으로 18일과 19일 노사발전재단과 함께 장시간 노동 실태와 관련한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은 현장 조합원들과 자동차업계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 상황을 공유하고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며진다.

- 집행부 구성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새로운 간부들도 합류했는데 집행부 구성의 원칙과 기준이 궁금하다.

“집행부 색깔을 굳이 내세울 것은 없지만 금속사업장에 대한 이해의 폭이 있고 현장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이 포진해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곳이든 큰 곳이든 현장단위에서 몸소 활동했던 동지들이 연맹에 들어왔다. 활기차고 생동하는 현장활동이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지난주 워크숍에서 ‘미치도록 일해 보자’고 결의를 다졌다. 분위기가 좋다.”

- 선거 과정에서 연맹을 떠난 간부들도 있다. 뜻이 다른 36.8%(기호 1번 김준영 후보 지지율)와도 화합해야 하지 않나.

“선거에서는 누구든 지지할 수 있다.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출신 단위노조 선거 때도 경선했던 상대편 후보를 노조 전임간부로 앉힌 경험이 있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을 보고 (노동운동을) 조직해야 한다는 게 평소 신조다. 필요하다면 누구든지 함께할 수 있는 게 노동조합이라고 생각한다. 떠난 간부들이 새롭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있다. 당사자가 잘 알 것이다.

비록 선거 과정에서는 갈렸지만 언제든지 뜻을 함께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통 큰 화합정치도 필요하지만 함께 고민하면서 연맹의 밑그림을 그려 가는 것이 중요하다.“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 만날 것”

- 연맹 소속 사업장에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노사가 정한 단체협약이 유린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위법하게 전임자임금을 지급했다'며 환수조치를 하고 있다. 명백한 월권이다. 문제가 있다면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시정하도록 조치해야지 왜 오버해서 환수조치 같은 작태를 하는 것인가. 근로감독관이 사업장을 다니면서 타임오프 문제를 집중 감독한다. 감독관수가 부족하다며 비정규직 문제나 산업안전 문제는 눈감으면서 말이다. 한국노총 때려잡기식 정책을 펼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타임오프 문제는 단위노조에서 해결할 수 없다. 상급단체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노총, 나아가 양대 노총이 총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 문제에만 매몰돼 있는 게 안타깝다.”

- 사업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가 얼마나 진척되고 있나.

“올해 임단협 현황을 취합 중이다. 430여곳 중 250여곳에서 타결했거나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휴가 전 타결을 위해 막판 교섭 중인 곳이 많다. 장시간 노동 실태 파악은 이미 돼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대응지침을 올해 안에 만들 생각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도 두 차례 실무적으로 만나 논의했다.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을 만나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할 계획인데, 양측이 너무 바빠 일정 조율이 잘 안 된다.”

“밀실야합으로 정치방침 훼손해선 안돼”

- 이용득 위원장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의 분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사의 표명까지 간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본인의 리더십 부재가 분명히 있었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비공식라인을 통해 조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한국노총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공동책임이 있는데도 조직적 혼란을 가져온 것이 가장 유감스럽다.

이 위원장이 사퇴하면 조직정비가 제대로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향후 보궐선거를 거쳐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든 간에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대선공간에서 중립은 정치세력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어떤 형태든 대선공간에서 확고한 정치적 입장을 정리하고 조직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 2010년 1월 새누리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지금 손잡아야 할 정당이 어디인지 잘 가려야 한다. 수뇌부끼리 밀실에서 결정해서는 안 된다."

김 위원장은 이용득 위원장의 사의 표명이 있기 하루 전 “한국노총의 지도부가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공식적인 회의는 보이콧하고 비공식석상에서 이용득 집행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양쪽 모두를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용득 집행부와 '지역본부·산별대표자 모임'으로 대표되는 세력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대안 있는 비판을 제기하려는 입장에 서 있다”고 표현했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두 선거를 치르는 올해가 정치적 호재에서 악재로 작용했다는 게 김 위원장의 평가였다. 그는 “노동운동 원칙에 근간을 두고 정치방침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정치적 이슈에 너무 깊게 매몰돼 오히려 현장을 등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통합진보당 당원이기도 한 김 위원장은 “이럴 때일수록 다수정당에 줄 서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노동·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기구를 구성해 과연 어느 정당이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평가·심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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