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노조 MBC본부는 17일 조합원총회를 열고 파업 잠정 중단과 업무 복귀를 결정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170일 동안 파업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국민입니다. 완전한 결말을 보지는 못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완결을 볼 수 있는 방법이 파업 잠정 중단과 업무복귀입니다."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17일 오후 조합원총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MBC본부는 파업 이유였던 공영방송 정상화와 김재철 MBC 사장 퇴진에 대해 그 어떤 노사합의도 이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만장일치로 파업 잠정 중단과 업무복귀에 찬성했다. 본부는 파업을 "성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본부의 자신감은 "국민이 지지한 파업"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방송 파업 역사 새로 써=MBC본부의 파업은 올해 1월30일에 시작돼 이날 잠정 중단됐다. 170일간의 파업은 방송 역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됐다. 92년 MBC노조의 50일 파업을 훌쩍 뛰어넘었다. 언론노조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가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 14일까지 173일간 파업한 것 다음으로 언론사 최장기 파업이다.

MBC본부 파업의 특징 중 하나는 파업기간이 장기화할수록 오히려 파업 참가인원이 늘었다는 점이다. 파업 첫날 570여명이었던 참가인원은 2주 후 640여명으로 늘었고, 파업이 끝날 때까지 770여명이 꾸준하게 참여했다. 지방 MBC 조합원까지 포함하면 1천300여명의 파업대오가 함께한 것으로 추정된다.

파업기간에 30명의 보직간부가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동참한 점도 눈에 띈다. 보도국 논설위원과 해외특파원도 김재철 사장 퇴진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정년이 2~3년밖에 남지 않은 국장급 고참 선배 35명이 본부에 재가입해 파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파업기간에도 계속된 뉴스 제작=MBC본부 조합원들은 파업기간에도 뉴스 제작을 멈추지 않았다. 방송 대신 인터넷을 타고 뉴스가 전달됐다. 본부 조합원들이 제작한 '제대로 뉴스데스크' 1회는 유튜브에서 73만8천4번 조회됐다. 올해 2월9일부터 시작된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총 15회 제작돼 240만명이 넘는 국민이 시청했다.

본부는 무엇보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국민과 소통하는 데 주력했다. '으랏차차 MBC', '방송 낙하산 퇴임 축하쇼',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등 대형 콘서트를 기획했고 유명 연예인들이 파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세 차례 콘서트에 시민들은 1억여원의 성금을 냈다. 국민과 소통한 결과 김재철 사장 퇴진 구속수사 촉구서명에 70만명이 동참하는 성과를 거뒀다. 결국 이런 민의가 반영돼 여야의 19대 국회 개원 협상에서 언론사 파업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됐다.



◇파업 '종료' 아닌 '잠정 중단'=MBC본부는 이날 새로운 투쟁을 결의했다. 정영하 본부장은 "그동안은 김재철 사장이 있는 한 공정보도를 할 수 없는 환경이어서 손을 놓는 싸움이었는데, 이제 퇴진의 목적은 사실상 달성했다"며 "업무에 복귀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마무리하고 동시에 실추된 경쟁력과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사장이 나간다고 MBC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며 "새로 낙하산 사장이 오거나, 정권의 외압을 받아 피디수첩 같은 프로그램을 없애려고 한다면 다시 파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업 중단이 아닌 잠정 중단임을 강조한 것이다. 다음달 새로 구성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내지 않을 경우 다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정 본부장은 "170일간의 저항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며 "국민을 믿고 김재철 사장 퇴진 이후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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